날마다 좋은 날 204

사월 초파일

서기 2020년은 불기 2564년이 됩니다. 올해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가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해 윤달 4월인 5월 30일에 제방 사찰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날짜가 연기된 일도 유래 없던 일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연등회는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불교행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초파일 행사가 조촐하게 진행된 것이 불자으로서 많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국가정책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단합하는 모습 또한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은 누구시며 어디에서 오시는가? 왜, 초파일 날 절에서는 아기부처님께 관불식을 거행하는 것일까? 부처님! 인도 카필라 왕국에서 왕자로 태어나서 출가하셔서 6년 고행 끝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분! 고오타마 ..

분주하게 아침 일과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난 뒤, 커피 한잔을 준비해서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마실때 쯤이면 영락없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아침 클래식 음악방송 채널에 손길이 간다. 전원을 누르는 순간 "조수미씨의 가곡 동심초"가 흘러나온다. 따끈한 커피가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문득 가슴이 찡해온다. 입안에서 풍기는 커피 향처럼 지나간 추억들이 햇살에 퍼지는 안개처럼 슬금슬금 떠오른다. 여고시절 특별한 사연도 없었던 어린 내가 동심초를 즐겨 불렀었는데... 어디서 배운 노래였을까? 아마도 대학을 다니던 작은 언니가 종종 부르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도 따라 부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 나도 노래를 곧잘 불러서 학교에서 칭찬도 많이 받았던 적도 있었다. 참 기분 좋은 기억들이 생각난다. 큰오빠 결혼..

눈치쟁이 청솔모

나는 종종 숲으로 갑니다. 우리 집 가까이에 작은 숲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일입니다. (대구 영남 대학교 숲길을 말합니다.) 숲은 나에게 편안함과 넉넉함과 행복함을 무상으로 넘치게 주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결과 들풀들의 살랑거림 그리고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유희가 나를 즐겁게 해줍니다. 그리고 숲은 텅빈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곤 합니다... 어느 해 가을 날,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청솔모를 만났습니다. 청솔모는 도토리를 주워 먹으려고 길을 나선것 같습니다. 가벼운 몸짓으로 이리 저리 다니더니 도토리 하나를 주워서 입에 물고 아주 재빠르게 그 두꺼운 껍질을 벗겨가며 먹고 있었습니다. 눈치가 재빠른 청솔모는 인기척에 민감해서 잘 도망치기도 하지만, 나의 카메라 셔터 속도보다는 느렸나봅니다. 반짝이는 눈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