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161

불이 (不二)

불법은 불이법 (不二法)이다.세상의 모든 법의 자성은 둘이 없는 불이법이고,세상의 모든 법을 볼 때 불이법으로 보는 것이 견성이다.유루니 무루니, 유위니 무위니, 중생과 부처도, 나누지 않고수행이니 깨달음이니 하고 나누지도 않는다.자성에는 시비도 없고 어리석음과 지혜도 없고 혼란됨과안정됨도 없다. 순간순간 반야로서 비추어보아 늘 법상에서 벗어나 자유자재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세울 무엇이 있겠는가?자성을 스스로 깨달으면, 문득 깨닫고 문득 수행하니, 또한 점차가 없다.모든 법이 적멸한데 어찌 점차 닦을 것이 있겠는가? "바른 견해를 일러 출세간이라 하고삿된 견해를 일러 세간이라 한다.삿됨과 바름을 모두 물리쳐 버리면깨달음의 본성은 완전하여 흠이 없다.이 게송은 돈교이며또 큰 진리의 배라 부른다.어리석..

명언 명시 2025.02.26

서 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

명언 명시 2025.02.14

매일의 다짐 / 이해인

매일의 다짐           사랑과 용서는          어쩌다 마음 내키면 하는          그런 것이 아니야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의 모든 순간에                 사랑이 필요하고          용서가 필요하고          화해가 필요하고           그래서          순간마다          깨어 있지 않으면          큰일 나는데           그것이          너와 내가 살아가는          인생인 거야, 알았지?          나도 다시 알았어.    [ 산문집 에서 '공생' 中 ]  ps.  이해인 님의 산문집 에는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

명언 명시 2025.01.23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

명언 명시 2025.01.22

그리움 / 유치환

그 리 움오늘은 바람이 불고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일즉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바람 쎈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 리 움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명언 명시 2025.01.20

산산산 / 신석정

산산산    /   신석정 지구엔돋아난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아무 죄 없는 짐승과에레나 보다 어여쁜 꽃들이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나도 산이 되어보나 하고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멀리 바라보는산산산  파 도    /   신석정 갈대에 숨어드는소슬한 바람9월도 깊었다 철그른뻐국이 목멘 소리애가 잦아 타는 노을안쓰럽도록 어진 것과어질지 않은 것을 남겨 놓고이대로 차마눈 감을 수 없거늘실을 닮아입을 다물어도자꾸만 가슴이 뜨거워 오는 날은소나무 성근 숲 너머파도소리가유달리 달려드는 속을부르르 떨리는 손은주먹으로 달래놓고 파도 밖에 트여 올 한 줄기 빛을 본다.

명언 명시 2025.01.18

나 목 / 신경림

나  목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드러낸 몸통에서 흙속에 박은 뿌리까지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한밤에 내려 몸을 덮은 눈 따위흔들어 시원스레 덜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온몸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갈  대    /   신경림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명언 명시 2025.01.16

강 물 / 천상병

강  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언덕에 서서내가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언덕에 서서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내가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갈 매 기  /  천상병그대로이 그리움이갈매기로 하여금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푸른 바다의 이름으로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빛나는 가슴도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몇 번이고날아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귀 천  /  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명언 명시 2025.01.15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명언 명시 2025.01.15

내 노동으로 / 신동문

내 노동으로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새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씁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명언 명시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