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강 물 / 천상병

희명화 2025. 1. 15. 20:19

강  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갈 매 기  /  천상병

그대로이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명언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산산 / 신석정  (0) 2025.01.18
나 목 / 신경림  (0) 2025.01.1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0) 2025.01.15
내 노동으로 / 신동문  (0) 2025.01.15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 권대용  (0)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