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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동으로 / 신동문

내 노동으로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새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씁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명언 명시 2025.01.15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 권대용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  권대용 지나간 그 겨울을 우두커니라고 불렀다견뎠던 모든 것을 멍하니라고 불렀다희끗희끗 눈발이 어린 망아지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마음에도 연민이 있는 것일까떠나가는 길 저쪽을 물끄러미라고 불렀다 사랑도 너무 추우면아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표백된 빨래처럼 하얗게 눈이 부시고펄렁거리고 기우뚱거릴 뿐비틀거리며 내려오는 봄 햇빛  한 줌 나무에 피어나는 꽃을 문득이라고 불렀다그 곁을 지나가는 바람을 정처 없이라고 불렀다떠나가고 돌아오며 존재하는 것들을다시 이름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홀연 흰 목련이 피고화들짝 개나리들이 핀다이 세상이 너무 오래되었나 보다당신이 기억나려다가 사라진다 언덕에서 중얼거리며 아지랑이가 걸어온다땅속에 잠든 그 누군가 읽는 사연인가 그 문장을 읽는 ..

명언 명시 2025.01.13

독서의 즐거움

나는 거의 날마다 도서관에 간다.특별히 외출해야 할 일정이 없는 날이면 아침일과를 마치고커피 한잔을 마신 뒤 오전 9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물론 공부 열심히 하고 오라는 옆지기의 응원을 받으며 나의 전용 독서가방을 들고서 발걸음도 가볍게 도서관으로 향한다.면으로 된 독서가방 속에는 필기도구와 메모장, 돋보기, 핸드폰,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가끔 붕어빵을 사 오기 위한 지폐몇 장이 들어있는 지갑이 있다. 도서관은 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고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데 나는 12시가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도서관에서 누구의 간섭 없이 조용히 책을 읽는시간만큼은 행복이 충만한 오직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은 시집 두어 권을 골라놓고 찬찬히 정독을 시작했다,이해가 되는..

어이! 달 / 신달자

2023년> 4월에 출간된 신달자 씨의 시집에서 발췌한다.작가는 1943년 거창에서 출생했으며 등단한 지2023년 현재로 59년이 됐다. 그동안 집필한 작품은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있으며 수상경력도 다채롭다. 어이! 달    /   신달자어떻게 여길 알았나?북촌에서 수서에서 함께 손잡고 걸었던 시절 지나고소식 없이 여기 경기도 심곡동으로 숨었는데어찌 알고 깊은 골 산그늘로 찾아오다니...... 아무개 남자보다 네가 더 세심하구나눈웃음 슬쩍 옆구리 찔러 넣던신사보다 네가 더 치밀하구나늦은 밤 환한 얼굴로 이 인능산 발밑을 찾아오다니...... 하긴 북촌 골목길에서 우리 속을 털었지누구에게도 닫았던 마음을 열었지내 등을 문지르며 달랬던 벗이여 오늘은 잠시라도 하늘 터를 벗어나내 식탁에서 아껴둔 와인 한잔 나..

명언 명시 2025.01.11

진지하면 반칙이다 / 류 근

진지하면 반칙이다    /   류 근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낯선 작가의 도서명이눈길을 끌었다. '진지하면 반칙이다'... 라니... 작가 류근 씨는 시인이며 산문집도 출간한 경험이 있다.이 책의 장르는 수필집 같기도 산문집 같기도 했다. 하루하루의일상을 그림 그리듯 편안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그는 술을 좋아하는지 술 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작가들은 술과 담배를 연결고리 삼아 심연의 바닥에서 시상을퍼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작품은 7장으로 나뉘었고 각 장마다 주제를 다르게 명칭 했다.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1장에서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를 세 번씩이나 썼다.         그만큼 그가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전..

책읽기 2025.01.10

인간의 대지 / 생텍쥐베리

인간의 대지   / 생텍쥐베리  (1900  ~ 1944 ) 생텍쥐베리의 는 1939년 불어와 영어로 출판되었다.그 당시 프랑스는 독일에 점령당했기에 생텍쥐베리는 북미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었다. 는 그가 라테코에르 항공사에서 우편항공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15년간 비행경험을 토대로 실제상황을 서술한 자전적 소설이다. 책 서문에는 "나의 동료 앙리 기요메,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쓰여있다. 앙리 기요메는 비행경험이 많았던 베테랑 선배였다.생텍쥐베리가 첫 스페인 항로를 비행하게 되었을 때 조언을 듣기 위해창피함과 자부심이 뒤섞인 마음으로 기요메를 찾았다. 그러나그는 스페인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고, 스페인을 친구로 삼도록 만들었다.p.18. "천둥, 안개, 눈보라 때문에 간간히 성가..

책읽기 2025.01.07

검은 꽃 / 김영하

검은 꽃 2014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영하의 소설 은무려 10여 년의 참고문헌의 고증을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우리 민족의 역사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유발하라리'의 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의 생물학적 발달과 인류의 역사학을 설명하고 있듯 '김영하'의 역시 인류의 이동을 말하고 있다.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빼앗긴 설음과 헐벗음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조선인들이 해외망명을 선택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수많은 조선인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멕시코로 향한다.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해서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관문인 프로그레스항에 도착하고 메리다시로 이동하면서 그곳에서 수많은 역경을 겪게 된다.망명인사 중에는 양반출신 이종도와 부인 윤 씨 그리고 딸 이..

책읽기 2025.01.05

가수 박상철의 신춘문예당선

허 수 아 비     /   박상철 눈물이 없다고 가슴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마음은 굳건하다때때로 혼자 뭉게구름을 타고 올라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바람에 찢긴 누더기외로움에 부러진 가지를 놓지 못하고너덜너덜해진 팔새들은 제 세상인 듯 집을 짓는다우거진 수풀 사이내 겨드랑이는 종달새집바람에 기울어진 몸이몇몇 새를 쫓지 못하고 동거를 허락한다오래된 들녘에 덩그러니 나는 버려져 있어빈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린다   2025년도 신춘문예 당선자가 발표됐다.응모편수가 860편이나 되었다.  (중앙지 600편, 지방지 260편)당선자의 평균연령이 1984년생 ~ 1982 생 이란다. 당선자들의 작품을 살펴보다가 가수 박상철씨가  시부문에서 작품 '허수아비'로 당선되었다는..

폭 풍 / 정호승

폭  풍 폭풍이 지나가기를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저 한그루의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폭풍 속을 나는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폭풍이 지나가기를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한 송이 꽃이 되기를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명언 명시 2025.01.04

내 여자의 열매 / 한강

내 여자의 열매   /  한강 /  문학과 지성사 2024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으로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도 '소년이 온다'라는 제목의소설을 통해서 란다. 한강씨의 소설은 이미 몇 권 탐독했었으나 문해력이 부족한 나로서는글 속의 의미를 파악하기 매우 난해해서 작품의 내용을 간파하기 쉽지 않았다.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눈으로 내면의 깊은 숨결을 간결하면서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한강은  1994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주관한 신춘문예에서 작품 으로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8년에 발표된 소설집  은  6개의 단편이 들어있다,여수의 사랑,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질주, 진달래 능선, 붉은 닻이 있는데책 속의 주인공들은 1990년대..

책읽기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