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때문에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았기에 오랜만에 책방을 찾았습니다.
신간 코너에 가보니 놀랍게도 법정스님의 책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10년을 맞이하여 이곳저곳 출판사에서 생전 스님의 글들을 새롭게 편집해서 앞다투어 출판해 놓았습니다. 책들을 보는 순간 반가웠지만 순식간에 스님께 송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돌아가실 즈음 "말과 글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 하시며 더 이상 재출간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글들이 짜깁기 식으로 묶어져서 출판되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대쪽 같은 성품이신 스님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이리도 쉽게 어긴다는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불자로써 계율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처님이 벌을 주고 복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 불교신자 중에 있다면 그는 불교를 크게 잘못 알고 있다.
무엇이 부처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부처는 분노하고 질투하며 복을 주었다 거두었다 하는 그런 신이 아니다.
부처란 눈뜬 사람이다. 지혜와 자비를 몸소 실현하면서 이웃에게 그 그늘을 드리우는 너그러움이다.
신앙과 진리는 항상 개인적인 영역이다.
진리는 우리들 존재의 가장 깊은 곳, 아무도 넘어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은밀히 체험된다...... "
< 스스로 행복하라 중에서. 201쪽>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왕자 - 생 텍쥐페리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0) | 2020.05.31 |
---|---|
커튼 - 밀란 쿤데라 전집 / 박성찬 옮김/ 민음사 (0) | 2020.05.29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 웨일북 - (0) | 2020.05.05 |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북하우스 - (0) | 2020.05.02 |
미 생 - 윤태호 . 저 / 위즈덤 하우스 - (0) | 2020.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