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 날

[스크랩]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희명화 2015. 4. 12. 03:37

카페 구도역정에 여러 해 동안을 거의 날마다 들락거리며 알게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법우님들이

계십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면서 오직 아이디 하나만으로 상대방을 생각하며 혼자서 은근히 친숙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글솜씨를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도 나름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암튼 나이가 들수록 수행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함께 이 길을 가고 있는 도반들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카페 회원이신 혜안님 내외분과 함께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리운 도반을 찾아 문득 길을 나서게 되었답니다. 그냥 만나고 싶다는 단순한 한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먼저 작년에 제천으로

이사를 가신 수거자님과 이천에 계신 한산님을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두 분 모두 무애자재 하신 분이고 두어 차례 뵌 적이 있었기에 아무런 부담감 없이선뜻 떠날 수 있었습니다. 

 

 

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가로수의 푸르른 잎새들과 봄날의 여신인양 하늘을 순백으로 물들이는 벗꽃들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며 혜안님이 몰고가는 백우는 힘차게 달렸습니다.

 

 많은 대화는 없었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시간들... 그래서 우리는 도반...

 

 제천 사과맛이 끝내준다네요. 올 가을을 기대해 봅니다..... ^^*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시는 수거자님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넓은 과수원과 집앞으로 난 작은 숲길들이 고즈녁 하고 예뻤습니다.

수거자님 내외분은 작년에 고향인 제천으로 내려와 과수원을 경작하며 타조를 실험삼아 키우고 계신답니다. 부화에 성공도 하셨다니 대단해 보였습니다.

두 분은 초등학교 동창이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자리가 20대 시절에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였다고 합니다. 수 십년이 지난 후 지금 이 자리로 돌아와 노후를 계획하고 있음은 우연한 일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도반의 길을 걸으며 수행불행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제천에 있는 천년 고찰인 정방사를 찾았습니다. 혼자 오기는 어려울테니 근처에 왔을 때 둘러보고 가라며 혜안님이 저를 위해 배려해 주셨답니다. 멀리 충주호를 바라보고 있는 정방사의 고고한 자태는 고찰에서 느낄 수 있는 영기가 느껴졌습니다. 원통보전에 못셔진 관음보살상은 작았지만 섬세하게 조성되어 있었으며 불상의 얼굴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보살상 뒷쪽 암벽에 그려진 금화지상보살도는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절에는 특별한 최신식 해후소가 있는데 거시기에 앉아 유리로 만든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창밖의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저절로 탐복이 나오게 되어 있더군요. 우~아~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수거자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며 제천에서의 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서둘러 이천에 계시는 한산님을 뵈러 길위를 신나게 달려 갔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설봉공원

 

 

 

설봉공원 시계탑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한산님께서는 가방에 스페인산 포도주와 머리 수 대로

맥주 4캔 그리고 안주용 비스켓을 준비해 오셨답니다. ㅎㅎ~ 

 

한산님께서는 수행법에 대해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정말 아낌없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떤 스님이나 선지식을 만나 보아도 한산님처럼 직설적으로 자신있게 말씀해 주시는 분을

저는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법통과 설통이 자재함은 자등을 한 뒤 법등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선어록을 통해 자신의 지견을 비춰보고 계합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산님은 요즘 공부인들의 병폐인 알음알이식의 작은 지식을 여기 저기에서 줏어 먹고 자기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서 자신의 법 인양 자랑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신의 자성을 믿고서 조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쓰고 펼치는 체. 상. 용의 지혜작용을 마음껏 활용하며 일행삼매와 일상삼매를 체득해야만 한다고 여러차례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산님께서는 그동안 공부과정에서 미심쩍었던 부분들이 있으면 물어 보라고 하시면서 몇몇 공안에 대해 서로간에 서슴없이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비판하고 반조하면서 하나하나 확연하게 하나로 통함을 일러 주셨습니다. 시간이 어느새 흘렀는지 공원에는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고 우리들이 앉은 자리도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공부길에 도반의 힘이 전부라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 처럼 도반은 내 삶에 소중한 벗임에 틀림없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 위에서 가끔은 힘들고 흔들릴 때 편안히 쉴 수 있는 의지처가 있다는 것은 내 삶에

아주 커다란 복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내 혼자 가는 길임을 알고 있기에 내 안의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보듬는 것이 아닐런지요.

아직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같은 곳을 향하여 걷고 있는 도반들이 카페 구도역정에 수 없이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불법이 좋아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그들에게 부처님의 복덕과 지혜광명이 충만히 깃들기를 간절히 축원해 봅니다.   더불어 함께.....

 

오늘 나투어 주신 한산님과 수거자 내외분 그리고 혜안님 내외분...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은 [비움과 소통] 책방에서 모임을 갖고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가자며 서로의 마음을 모아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언제나 푸른바다 방장님께서 여법하게 자리하고 계시니 더욱 든든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불자님 이라면 누구라도  동참하셔도 되겠습니다.

만남의 시간은 다음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루한 글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날이 밝아지는 날 됩시다.   부용 합장.

 

   

출처 : 求道歷程(구도역정)
글쓴이 : 부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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