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스크랩] 조주록강의 56 (110330) 노승으로 하여금 어찌 말안장을 얻게 하는가?

희명화 2015. 4. 8. 21:45



어떤 서생이 떠나려고 인사를 하였다.
"제가 여기에서 오랫동안 화상께 폐를 끼쳐드렸습니다만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훗날 한 마리의 당나귀가 되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노승으로 하여금 어찌 말안장을 얻게 하는가?"

有秀才辭去云 某甲在此括撓和尙多時 無可報答和尙 待他日作一頭驢來報答和尙 師云 敎老僧爭得鞍

한 때 어떤 선비가 여러 날을 조주 선사의 절에서 묵었다가 조주 선사에게 하직 인사를 올렸다. 그동안 선적인 생활과 설법을 들었던 터라 선적 비유를 들어 인사를 올렸다. 훗날 한 마리의 당나귀가 되어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한 것은 언젠가 조주 선사를 위한 노복이 되어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주 스님은 그런 은혜에 대한 보답을 절대 바라지 않았다. '날더러 말안장을 얹으라는 말인가?' 하고 말한 것은 절대 보답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승가에서는 승려가 축생의 등에 타는 것은 금기되어있다. "자네의 그런 생각은 날더러 파계하라는 말과 같으니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말게" 라는 뜻이다.

조주 스님이 도오(道吾) 스님 처소에 이르렀을 때였다. 조주 스님이 승당에 들어서자마자 도오 스님이 말했다.
"남전의 화살 하나가 왔구나."
조주 스님이 말했다.
"화살을 보아라."
도오 스님이 말했다.
"지나가 버렸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명중한 거야."

師到道吾處 纔入僧堂 吾云 南泉一隻箭來 師云看箭 吾云過也 師云中也

조주 스님은 60세가 넘어서 스승 남전 스님이 죽자, 비로소 천하를 다니면서 행각하였다. 본 <조주록>에서도 나오듯이 조주 스님은 간혹 방문 중인 선사들과 선문답을 나누곤 하였다. 이것을 도오 스님이 알고 있었는데, 마침 조주 스님이 승당 안으로 쑥 들어선 것이다.

도오 스님은 조주 스님을 보자, 직감적으로 선문답을 하러 온 것을 알았고, 조주 스님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화살을 보아라’ 하고 선문답을 걸은 것이다. 따라서 도오 스님은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도오 스님 역시 선의 안목이 있는 선승이라 즉시 대꾸하는데 막힘이 없어 보인다. "조주, 자네가 '화살을 보아라'라고 말했으니, 그 자체가 벌써 다른 데로 빗나가 버린 거야"하고 말한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여기서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조주 스님은 유연하게 "그게 무슨 말이냐? 그대는 명중 당한 거야. 그대가 날아가 버렸다고 응대한 것 자체가 바로 화살을 받아들인 것이니, 그대의 마음 중앙에 나의 화살이 박힌 것이 아니고 뭐겠어." 하고 말한 것이다.

조주 선사의 순발력이 기막히다. 언 듯 보면 조주 스님의 이 명중이라는 말에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조주 스님의 이 명중을 이길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 본 납자에 말하라하면 그 말은 다음과 같다.
“둘 다 죽은 거야.”

-조주선사 어록 상권 끝-

無不禪院 禪院長 石雨
(cafe.daum.net/mubulsunwon)

 

 

 

 

 

 

 

 

출처 : 무불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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