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스크랩] 조주록강의 58 (110330) 그 입 다물라

희명화 2015. 4. 8. 21:46



내가 약산 노사를 뵈었을 때 노사가 말하였다. "「나(我)」를 찾는 자가 있으면 입을 봉해 버릴 뿐이다." 라고. 노승 또한 말하리라. "그 입 다물라!" 「나(我)」를 취하는 것이 더러움이고, 「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청정이다. 마치 사냥개처럼 그저 물건을 잡아 쥐고는 먹으려고만 하는구나.

불법(佛法)이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천 명이고 만 명이고 모두 부처를 구하려는 패거리들 일뿐 단 하나의 도인은 찾을 수 없구나. 만일 공왕(空王)의 제자가 되었다면 마음 병(心病)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

아직 세계가 없을 때 이 성품은 있었다. 세계가 무너져도 이 성품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번 나를 상견한 후부터 그대들은 다시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한낱 '주인공'이다. 이것을 다시 어찌 밖을 향하여 구할 것인가. 그러한 즉 머리를 돌리고 얼굴을 바꾸지 마라. 즉시 잃어버리느니라.

老僧見藥山和尙道 有人問著 但敎合取 老僧亦道合取狗口 取我是垢 不取我是淨 一似獵狗相似 專欲得物喫 佛法向什麽處著 一千人萬人盡是覓佛漢子 覓一箇道人無 若與空王爲弟子 莫敎心病最難醫 未有世界早有此性 世界壞時此性不壞 從一見老僧後 更不是別人 只是箇主人公 者箇更向外覓作麽 與麽時莫轉頭換面 失卻也

약산 노사는 "「나(我)」를 찾는 자가 있으면 입을 봉해 버릴 뿐이다."라고 말했고, 조주 스님도 무엇이 나인가 묻는 자에게 "그 입 다물라!"하면서「나(我)」를 찾는 자를 호되고 나무랬다. 나는 없다. 무아(無我)이다. 어디에 나가 있는가.

빈 허공중에 바람이 일어나고 바람은 불을 만들고 불은 원소를 만들어 대지를 만든다. 대지가 있으면 수분을 흡수하여 물을 저장하니, 이렇게 해서 공 가운데서 풍화지수(風火地水) 사대(四大)가 생겨났다. 사대는 다시 몸을 만들고 몸은 마음을 만들었으니, 빔에서 허망하게 일어난 것이 몸과 마음이다. 마음은 다시 각종 이념과 뜻과 허깨비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니 주인공이라 하여도 임시로 이름 붙인 것일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우주만물이 빈 가운데 허망하게 일어난 것인데 무엇인들 진실할 것이며 영원할 것인가. 거기에 무슨 「나」가 있고 「너」가 있겠는가. 모두 허망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영만 있을 뿐이다. 나가 있다는 생각이 모든 괴로움을 일으키고 더러움을 일으킨다. 만약 나가 없다는 것을 알면 마음은 원래 깨끗하다는 것을 즉시 알 것이다. 그러므로 나가 없는 것을 알면 청정이고 나가 있다고 생각하면 더러움이 가득한 것이다.

각종 시기ㆍ질투ㆍ미움ㆍ욕심ㆍ분노ㆍ분별ㆍ집착ㆍ아만 등은 모두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일어난 심병(心病)이다. 이 병에 걸리면 치료되기 어렵다. 이 병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공왕(空王:부처님)의 후손답게 고요함으로 나아가라. 오직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하라. 마음이 만약, 대자연이 고요히 침묵하는 것과 같이 고요하다면 일체 구하는 마음이 끊어질 것이다.

부처와 불법은 내 속에 있다. 밖에서 부처를 구하고 불법을 구하면 미래가 끝나가도 절대 참 부처와 참 불법을 만나지 못한다. 이미 이렇게 생각하고 보고 듣는 이놈이 우주의 주인공이요, 부처인데 다시 어디에서 또 찾을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부처를 구하는 사람은 많아도 스스로 부처인줄 알고 바로 불도를 실천하는 도인은 매우 드물다하였으니 이 말을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부처가 다시 부처를 찾는 것과 같고,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과 같으며, 손에 떡을 쥐고 먹을 것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속에 있는 참 성품[本性]은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도 있었고 우주가 무너지고 세계가 멸망하여도 무너지지 않고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독자들은 적어도 옛 진인(眞人)들의 말을 믿는다면 지금 이후로부터는 자기 스스로가 우주의 주인공이요, 위대한 부처이지 다른 것이 아닌 줄 즉시 알고 바로 부처의 행을 행하라. 역대 조사가 입이 닳도록 이것을 말하였지만 이것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이 적어서 깨달은 사람이 적은 것이다. 이와 다르게 말하는 자와 이와 다르게 말한 경론은 모두 불조(佛祖)의 뜻과 다른 것이니, 달리 달콤한 어떤 유혹에 끄달려 자신의 참 모습을 바꾸지 말라. 그러한 즉 바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많은 시간을 지나서 자신을 되찾았다하여도 그때는 이미 늦을 때이고 후회만 가득할 때뿐인 것을 명심하라.

無不禪院 禪院長 石雨
(cafe.daum.net/mubulsunwon)

 

 

 

 

 

 

 

 

출처 : 무불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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