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스크랩] 조주록강의 60 (110531) 이 눈 뜬 장님아! 어디에 왔다 갔다 하는 거야.

희명화 2015. 4. 8. 21:47



학승이 질문하였다.
"외국의 사신들이 속속 조정에 찾아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사람을 만나도 부르면 안 되네."

問 萬國來朝時如何 師云 逢人不得喚

이름을 부르지 말라는 것은 명자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재물을 재물이라고 부르지 말고 직위를 직위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재물이라는 명자에 집착하지 말고 직위라는 명자에도 집착하지 말고 미인을 보아도 미인에 집착하지 말고, 이 외에 갖가지 명칭들이 다가 와도 그것을 입에 올려 부르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허상에 집착하면서 정치를 하고 중생을 교화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성공한 사람들이 나중에 낭패를 보는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재물과 명예, 그리고 여색, 이 세 가지를 평소에 습관적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결국 낭패를 보는 것이다.

학승이 물었다.
"하루 종일 어떻게 도태(淘汰:씻어냄)하면 좋겠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나하(奈河)의 물은 흐리고 서쪽의 물은 급히 흘러간다."
학승 말했다.
"문수보살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이 눈 뜬 장님아! 어디에 왔다 갔다 하는 거야."

問 十二時中如何淘汰 師云 柰河水濁西水流急 云 還得見文殊也無 師云 者矇瞳漢 什麽處去來

나하(奈河)는 지옥에 있는 강을 말한다. 지옥으로 가는 도중에 빠르고 느리고 중간 정도 되는 삼도천(三途川)이 있다. 삼도천은 지옥으로 인도하는 강물이고 이 강을 따라 가다가 강물이 모이는 곳이 바로 나하이고 지옥이다. 지옥은 죄를 진 중생이 가는 곳이니까 당연히 물도 탁수이다.

서쪽은 죽음을 상징한다. 서쪽으로 흐르는 물이 급하다고 말한 것은 죽음은 순식간에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지옥에 가면 결국 탁해지고 말고, 죽음은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인데 어찌 그런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보내는가하고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런 헛된 것에 시간을 보내지 말라. 그대 자신은 본래 청정이요, 본래 구족(具足)이고 본래 부처이고 본래 보살이다. 이것을 깨달으라. 이것을 안다면 어찌 눈 뜬 장님으로 헤매고 있겠는가.

학승이 물었다.
"무엇이 도량입니까?"
조주 스님이 말했다.
"자네는 도량에서 와서 도량으로 가는 거야. 이 도량을 벗어나서 다시 어디가 도량인가?"

問 如何是道場 師云 你從道場來 你從道場去 脫體是道場 何處更不是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정(定)하지 말라 하였다. ‘나는 스님이다.’ ‘나는 선객이다.’ ‘이렇게 산 속에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진짜 도량이다.’ ‘도시에서 사는 중생은 때 묻고 더럽다.’ ‘바람피운 사람은 불결하다.' '나는 비구(比丘)이므로 청결하다.’ ‘너는 가난하고 천한 자이다.' '나는 부하고 귀한 자이다.’ ‘너는 중생이고 나는 부처이다.’ 등등 이렇게 생각을 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정하는 것이 중생의 가장 큰 병이라 했다. 나의 몸과 마음과 우주가 이미 빈 허공중에서 허망하게 생겨난 것인데, 허망한 마음이 세운 가치가 어찌 헛되지 않을까 보냐. 정함이 없으면 현재 이곳이 곧 불국토이다.


無不禪院 院長 石雨
http://cafe.daum.net/mubulsunwon

 

 

 

 

 

 

 

 

출처 : 무불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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