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의 하나인 추석명절이 지났다.
추석(秋夕)을 중추절 (中秋節)· 가배(嘉俳)· ·한가위라고도 불리며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가장 풍성한 시기인 것이다. 조상님을 찾아가 성묘도 하고 차례도 지내며 일가 친척분들과 오랫만에 만나 담소도 나누는 즐거운 명절날 이다.
명절의 단 하루를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오고간다.
고향으로 가는 길이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우리는 고향을 찾아 가고 있다.
옛날의 그 추억과 풍경들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고향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나에게 있어서 고향집은...
나는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고, 부모님은 이북에서 피난을 내려 오셨기에 고향에 대한 기억도 없거니와 단어 자체가 어설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여러차례 이사를 다녔기에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동네라든지
친구들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다. 초등학교 때도 워낙 여러 반이 있었기에 이름이 기억에 남는 친구도 없다.
여러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자랐기에 내게 남아 있는 앨범도 없다. 왜냐하면 이사할 때 마다 짐이 많아서 어머니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아주 쉽게 버리셨으니까 말이다. 내가 기억할만한 고향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찾고 있는 고향집은 따로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수 많은 갈등과 고통을 만났었다.
그래서 부처님을 만났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게 되었다.
불교와의 만남은 나를 눈 뜨게 했고, 귀를 뚫리게 했기에
이 세상의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눈과 귀를 가지고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부처의 눈과 귀를 빌려서 보고 듣게 되었다.
요즘의 나의 생활은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을 별다른 의미없이 그럭저럭 보내고 있다.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처럼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는 무위도인의 삶처럼,
어느새 나도 되어짐의 삶(무위의 삶)을 흉내내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되어짐의 삶'이란 '성불'을 의미하고 있으며, 성불이란 '부처님이 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바로 성불로 향하는 발걸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을 님의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 가고 있다.
그 길의 종착지는 마음의 고향집인 바로 '무아'이며 '본래면목' 이며, 견성성불인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그곳! 부모미생전본래면목! 이 뭣고!
나는 마음의 고향집을 향하여 날마다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가는 길을 알았으니 마음을 터억 놓고 편안하게 걷고 있다.
그래서 날마다 별다른 조바심을 내지 않고 오늘을 새롭게 맞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무아(無我)'란 무엇일까?
분명히 말하고, 먹고, 입고, 생각하고 있는 '나'가 있는데
어떻게 '무아'라는 생각을 해야만 성불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이기적인 '나'를 말한다.
부처님은 '제법무아'를 말씀하셨듯이
세상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들은 그때 그때 인연되어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씀하신다.
절대로 고정적이고, 영원한 것은 없는데, 우리 인간들이 그 현상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집착하는 바람에
고통을 이르키며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한 말씀인가!
보라!
저 하늘을...
구름은 뭉게뭉게 떠 있고, 바람이 부는데로 흩어지고 모여진다.
강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하여 쉼없이 흘러가고
바다에 모이면 모두가 한 맛이 되고 만다는 진리를...
한번만이라도 보고, 느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갈등할 필요가 없으리라.
꼭, 기억하라.
그리고 자등명 법등명 하라!
이것이 붓다의 진실한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걷고 있다.
나의 고향집을 향하여...
나무 불. 희명화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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