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빨간 머리 앤
원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이보경 엮음. 김주은
중학교시절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었다.
마치 내가 앤 셜리가 된듯한 착각으로, 감성적이고 직선적이고 공상도
많았던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나의 머리카락도 약간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친구들에게 '노랑대가리' 라는 별명을 종종 들어왔기에 빨간 머리를 싫어하는
앤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했다.
어제 도서관에서 만난 ' 과학으로 보는 빨간 머리 앤'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이런 형식의 도서가 출간되는 것도 놀라웠다. 원작에 지음자와 역음자가
자신의 지식을 접목시켜서, 그러나 원작에는 흠집을 내지 않고 새로운
형식의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 뜻밖이었고 흥미로웠다.
작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1874~ 1942) 캐나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출생했다.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은 한 권으로 된 <빨간 머리 앤>으로 앤이 초록지붕
집으로 이사온 이후 밝고 활발하고 긍정적인 일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살펴보니 최근에 <빨간 머리 앤 전집 8권>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 읽었던 단 한 권의
책이 내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소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변화하는 세상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다.
매슈 커스버트, 마릴라 커스버트, 린드부인, 고아원의 스펜스 아주머니. 앤 셜리,
길버트 블리드, 다이애나 등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즐거운 과학여행이라는 명칭으로 몇 가지 현상을 해설하고 있다.
첫째, 앤이 브라이트 리버 역에 도착한 지 30분 후에 메슈가 앤을 데리러 역에
도착했다. 시간을 맞춰서 출발한 메쉬는 기차가 30분 전에 지나갔다는 사실에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다. 그 당시는 열차시간이 정확하지 않아서 승객들은 역에
미리 나와서 기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작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을 특수상대성이론과 본초자오선의 생성,
갈릴레이의 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뜻밖에 과학공부를 하게 되었다.
둘째, 다이애나가 초록 지붕집에 놀러 와서 앤이 준 딸기주스를 마시곤 취해버린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앤이 준 것은 딸기주스가 아니라 포도주스였고,
발효과학에 대한 알코올발효, 젖산발효, 술의 발효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셋째, 빨간 머리 주근깨 소녀 앤 셜리는 왜 얼굴까지 붉은 지에 대한 해설이 있다.
그리고 유전적 염색체 형성과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염색의 기원에 대한 해설도
상세히 적혀있다.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났다. 추억 속의 빨간 머리 앤을 오랜만에 만나려고
골랐던 책에서 의외의 전개방식을 접하게 되다 보니, 나의 기대에는 어긋났지만,
몰랐던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즐거운 일이었다.
늦은 나이에도 추억 속의 <빨간 머리 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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