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내 여자의 열매 / 한강

희명화 2025. 1. 3. 09:43

내 여자의 열매   /  한강 /  문학과 지성사

 

2024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으로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도 '소년이 온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통해서 란다.

 

한강씨의 소설은 이미 몇 권 탐독했었으나 문해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글 속의 의미를 파악하기 매우 난해해서 작품의 내용을 간파하기 쉽지 않았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눈으로 내면의 깊은 숨결을 간결하면서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한강은  1994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주관한 신춘문예에서 작품 <붉은 닻>으로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8년에 발표된 소설집  < 여수의 사랑>은  6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여수의 사랑,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질주, 야간열차, 붉은 닻이 있는데

책 속의 주인공들은 1990년대의 불안한 시대상황을 배경 한 듯 젊은이들이 겪은

불행과 죽음에 관한 암울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는 동안 내내 너무 우울하고

답답한 상황의 줄거리라 책을 덮은 후에도 입안이 씁쓸했었다.

 

새로 출간된 개정판 소설집이 있다.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 에는  8개의 단편들이 수록되었는데

내 여자의 열매, 해 질 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기 부처, 어느 날 그는,

붉은 꽃 속에서, 아홉 개의 이야기, 흰 꽃, 철길을 흐르는 강, 등이다.

 

예전에 읽었던 , 작별 (2018년),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 채식주의자(2007년),

아랍어 시간(2011년), 여수 사랑(2018) 은 나름 나의 수준에 맞는지 제법 재미있게

줄줄 읽어 내려갔다.

<작별> 내용 중에...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다. 벤치에 앉아 깜박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인간과 눈사람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눈사람을 통해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아랍어 시간>에서는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나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잘 통용되고 있지 않은 '아랍어'라는 단어는 현실과 단절된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의 예리한 감각을 갖고 태어난 여자아이는 자라오면서 언어로 인해 수많은

상처를 받게 되었고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게 되었다. 마침내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아랍어 선생이 귀가 잘 안 들리면서도 학생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선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그녀의 변화의 요인으로는 화려한 언어인

프랑스어를 배움으로써 언어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방어가 아니라 각각의 색깔을 지키면서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삶을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차츰 알아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 아랍어 강사인 남자를 껴안듯이...

 

최근에 읽은 <내 여자의 열매>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지금의 자기 심경을 이야기해야 했다.

함께 살고 있으면서 동상이몽으로 지낸다면 혼자의 삶이 훨씬 행복했을 것 같다.

말하는 자의 의도와 듣는 자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각자 자기의 일에 바쁘다는

이유로 부부간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부인이 죽은 후에 남편은

베란다에 남겨진 나무 열매를 새로 사 온 화분에 심으면서 다음에 피어날 잎새를 상상한다.

 

작가는 끝까지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을 조명하고 있다.

종종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멀리 하늘은  바라보았던 아내의 모습과 

베란다에 심긴 화분 속 나무가 말라가는 모습을 아내의 모습으로 합성해서

비유한 부분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생각속에서 살고있는 남편의 무지함을 그렸다.

(문득 <채식주의자>가 떠올라 섬뜩했다.)

 

 

제발 내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람 해본다.

부부지간에, 자식지간에, 동료지간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질 것 같다

 

 

ps. 한강씨의 작품은 절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우리들 상상 너머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새겨 있기에

꼼꼼하게 읽으면서 사유의 시간을 가져봄도 좋을 것 같다.

감성이 너무 예리한 칼날과 같아서 조심조심 책장을 넘겨야 될 것 같다.

좋은 글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글은 온통 나의 좁은 소견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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