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 향봉스님
동네 도서관에서 몇권의 도서를 빌려왔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향봉스님의 책에 손길이 갔다.
향봉스님은 전북 익산 금마면 미륵산 사자암 주지로 상좌도 (주지스님의 제자) 없고
공양주 (살림살이를 돕는 분) 도 없이 홀로 절 살림살이를 꾸려가며 살고 계신다.
1979년 '사랑하며 용서하며' 를 출간하셨고 당시 60만이상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단하셨다.
내게는 낯선 스님이였지만 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선택했다.
산골에서 스님의 '화려한 점심' 이라는 말씀은 무슨 뜻 일까?
불교신자인 나로써는 <점심> 이라는 단어가 평소 친근한 의미로 인식되어 있기에
과연 향봉스님의 점심은 어떤 것 일까 궁금했다.
서두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내 죽거든>
내 죽거든
이웃들에게 친구들에게 알리지 말길
관이니 상여니 만들지 말길
그저 입은 옷 그대로 둘둘 말아서
타오르는 불더미 속에 던져버릴 것
한 줄 재도 챙기지 말고 버려버릴 것
내 죽거든
49재다 100재다 제발 없기를
쓰잘 데 없는 일로 힘겨워 말 길
제삿날이니 생일이니 잊어버릴 것
죽은 자를 위한 그 무엇도 챙기지 말 것
죽은 자의 사진 한 장도 걸어두지 말 것
내 죽어 따스한 봄바람으로 돌아오리니
피고 지는 들꽃 무리 속에 돌아오리니
아침에는 햇살처럼 저녁에는 달빛처럼
더러는 눈송이 되어 더러는 빗방울 되어
<내 죽거든. 전문 >
책속에서 스님은 영원한 행복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고 계신다.
인간은 행복한 삶을 간절하게 원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살이 영원함이란
없다면서 질긴 삶도 지나고 보면 풀 끝에 맺힌 이슬이요, 허무의 그림자로 막을 내리는
몇 마당 짜리 연극 같다 라고 말한다.
우리들이 바라는 행복은 풍요로운 의식주 생활과 명예와 건강한 육체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 평탄하지만은 않기에 우리는 괴롭다고 한다.
모든 행복과 불행은 나로 인해서 발생하기에 내 스스로 묵묵히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온전히 내 몫의 삶인 것이다.
때가 되면 언젠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인생인 것이다.
책속에서 스님의 일상을 보면 수 많은 역경을 겪어 오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계신다.
마치 오뚝이 처럼 일어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계신다.
향봉스님의 삶의 모습이 참으로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어떤 형식이나 규칙에 의해 짜여진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하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대자유인의 삶이란 산승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비와 분별을 버리고 마음을 비운 사람들이라면 노력에 의해 누구나 자유를 누리며
걸림없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산승도 숲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거센 바람소리도 듣고
새들의 지저귐도 들을 것이다. 소리는 소리일 뿐 이다.
소리에 걸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도인의 삶이고 대자유인의 삶일 것이다.
산골 노승의 점심은 매 순간 깨어있음 이고 텅빈 마음이며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자유로운 삶" 인 것이다.
독서를 하는 동안 내내 내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스님의 걸림없는 마음씀에 공감하며 좋은 말씀 전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통의 사람들은 복잡한 마음을 쉬기 위해 멀리 산사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좋은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기도 하다.
책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커피 한잔을 나누며
공감되는 부분에 대화를 나누는 것도 또한 내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 될 것 이다.
모든 권리와 의무는 우리 스스로에 있기에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대처하며 살아가야겠다.
우리는 매순간 스스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즐기며 살자. 오늘도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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