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마다 주차하는 아파트 노천주차장 옆에 빈공터가 있습니다. 몇 해 째 잡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종종 강아지들의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어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악취가 진동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꽃씨도 뿌리고 묘목도 몇 그루를 구해 심었습니다. 그래서 공터에는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접시꽃, 부용, 라일락, 백일홍, 양귀비가 제법 풍성하게 피어났지요.
그래서 올해는 작년에 피었던 꽃들이 많은 씨앗을 땅에 쏱아 놓았기에 금년에는 새싹들이 저절로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며칠째 단비가 내리니까 오랫동안 땅속에 숨어있던 새싹들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더군요. 너무 반갑고 신통방통 했습니다. 올해도 이 길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많은 기쁨을 주길 기대해 봅니다.
대추나무는 양반나무 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봄이 되면 수 많은 꽃나무들이 앞다퉈서 자신을 뽑내려고 피어나는데 대추나무는 제일 뒤늦게 묵묵히 잎새를 피워내고 있다는 겁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호들갑스럽지 않고 젊잖게 잎새를 튀우면서 초겨울까지 위용을 뽑내고 있다고 해서 양반나무 라고 한답니다.
작은 빈공터에 꽃밭을 만들어 봅니다. 강아지들이 출입하지 않았으면 바람해 보지만 녀석들은 거침없이 풀밭으로 뛰어 들어오곤 합니다. 주인이 목줄을 달고 다녀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라일락과 탱자나무는 겨우내 당당히 버티고 있었는데 담벽쪽에 있는 비비추와 부용이는 이제서야 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답니다. 접시꽃은 번식력이 좋아서인지 여기저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분꽃 새싹들이 수 없이 싹을 튀우고 있어요. 분꽃은 의외로 늦게서야 꽃을 피우더군요.
아침 저녁으로 바람결에 흩날리는 분꽃의 향내음은 은은하면서도 기분좋게 느껴집니다.
여기는 봉숭아 새싹들이 마구마구 피어나고 있습니다. 너무 기대가 됩니다.
작년에 떨어졌던 꽃씨들이 새롭게 돋아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통방통 합니다.
화초 양귀비가 아주 가냘프게 간신히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참으로 생명의 신비로움 이지요.
빗님 덕분에 꽃들이 생명력을 찾아서 이렇게 꽃을 피웁니다. 자연의 은혜에 감사할 뿐 입니다.
작년에 꽃가게에서 사다 심은 2천원짜리 라일락이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에서 향기로운 꽃을 소담스럽게 피워냈는지 그저 감탄스럽습니다. 강아지들이 밟지 못하게 하얀 자갈돌을 주워다가 둘레를 쳐놓았습니다. 저는 보랏빛의 라일락꽃을 사랑한답니다.
" 사랑을 할 때는 라일락 꽃처럼 향기롭지만, 이별의 아픔은 잎새만큼 씁쓸하다." 라는......
버려진 공터를 꽃밭으로 만들어 보려고 초봄부터 부지런을 떨었답니다.
만약에 내게 넓은 땅이 있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에 시부모님께서 농사일을 많이 하셔서 땅부자는 일부자 라는 소리를 종종 듣고 살았거든요.
아파트 관리실에다 잡초제거작업은 우리동 앞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도 해놓았지요.
잘못해서 심어놓은 꽃들이 잘려 갈까봐 걱정되서 말입니다. 조금 유난 스럽지요. ㅎㅎ
올해도 곱게 곱게 잘 자라서 예쁘게 꽃을 피워주길 기대해봅니다.
작고 하찮은 일상이지만 저에게는 소소한 행복이기도 하답니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 아닐까요?
오늘은 온종일 보슬비가 내려서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