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명절날이 오거나 집안에 행사가 있을 적에는 며칠 전 부터 장보기에 분주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여러 일가 친척들이 모이면 마련한 음식들을 데우고 또 데워가며 상차림을 했던 분주했던 기억도 새롭기만 하다.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는 남은 음식들을 각각이 나누어서 냉장실과 냉동실에 정성껏 보관을 했고, 많이 널려져 있는 주방용품들과 식기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마른 행주질까지해서 제자리에 보관하고, 내놓고 썼던 행주들도 모두 삶아 빨아 행구고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어 놓은 뒤에 그제서야 집안 청소을 했었던 기억들이 슬며시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힘이 많이 들었고 번거로운 생각이 들었기도 했다. 우리 집으로 찾아 오는 여러 가족들은 그냥 한두끼 식사정도만 하고 가면 되는 단순한 일이였지만, 혼자서 감당했던 번잡한 일들이 내게는 항상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마음만은 언제나 즐겁게 정성을 다했었다고 생각한다. 아낌없이 정성껏 행사를 치뤘다고... 그것이 맏며느리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35년간을 해왔었다.
사실 나로써는 너무 힘든 일이였기에, 나는 나의 며느리에게 이런 가족행사의 일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다행이도 지금은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어제 사위가 떡선물 상자를 보내 왔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것 같기에 조금씩 나누어서 그릇에 담아 냉동시켰다.
나중에 친구 모임에 나갈 때 나누어 먹으려고... 이렇게 예쁜 모양의 떡은 쉽게 사기도 어려웁기에
몇개씩이라도 나누어 먹고 싶었다.
이제는 번거로운 것이 싫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그저 오래 묵은 동창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연극공연도 가고...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특별하게 사는 것이 없는것 같다.
조용하게 주변을 번잡하지 않게 정리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이 좋은 것 같다.
말랑한 떡이 참 맛이 있다.
얼른 사위에게 문자를 보냈다.
' 보내준 명절선물 고맙게 잘 받았네.
새해에도 건강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길 바라네
그리고 사업도 번창하길 기도할께.
잘있게나. 장모가... '
늘 감사한 나날 입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