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담
<저. 밀란 쿤데라 / 민음사 / 방미경 옮김 >
도서관에서 문득 밀란 쿤데라의 저서를 손에 들었다.
순간 어렴풋이 떠오르는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섬세하고, 열정적이고, 직선적 이였던 내 모습들...
밀란의 글은 조금은 어렵고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가야 하는 장문들이다. 그의 글은 인생과 철학과 시대적 사상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대충 읽어서는 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의 저서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불멸> <느림> <향수> 등 다수가 있다. 예전에 모두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의 섬세한 표현력과 지루하지 않은 문장력에 매료되어 끊임없이 읽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농담>을 읽으면서 다시는 이런류의 소설을 읽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나이에 맞는 즉 중년여성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편안한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도 내가 나이가 들어 간다는 증거일 것이다.
<농담.은 제7부로 나누어져 있다. 15년만에 복수를 하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루드빅과 친구 헬레나와 야로슬라브, 코스트카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다. 시대적 배경에 적응하며 한편으로는 반항하는 젊은 이들의 고뇌가 엿보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신구세대의 사상적 차별은 현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르케타를 사랑하는 루드빅은 여자친구의 관심을 받기 위해 농담조의 말을 엽서에 써서 보낸다. 아무런 의미없는 그 글귀가 화근이 되어 루드빅은 학교에서 쫓겨나고 인생이 어긋나게 되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
이틀 동안 고향을 머물면서 루드빅이 느낀 것은 아무리 치명적인 잊을 수 없는 시련 이라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사건은 망각되고, 망각을 통해서 화해하고 용서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망각을 낳게 한다는 말 처럼... 망각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무관심...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긴 세월이 흐르다 보면 상황은 너무 많이 변해 있기에 그때의 감정은 되살아 날 수 없기도 하다. 그러기에 가슴에 상처를 오래도록 간직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 이다. 모든 현상은 그 순간 인연에 의해 잠시 나타났다가 살아지는 신기루와 같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에......
무더운 날, 두꺼운 책과 함께 여여한 시간을 보냈다. 역시 밀란의 글솜씨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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