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삶의 지혜를 주십시요. <대담. 월간 법공양 2010.8.14>
문:다른 종교와 대비되는 불교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답:지금은 '말의 공해(公害)시대'입니다.
따라서 불교도 말이 차츰 많아지고 있습니다. 불교는 말로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몸으로 실천하는 종교입니다.
수행의 종교입니다. 서양 종교는 교주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말재주를 부리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수행이 부족합니다. 수행이 없는 말과 수행이 수반된 말은
무게가 다르고 깊이가 다릅니다.
그럼 불교의 수행이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살인마 앙굴리마라가 보이는 사람마다 죽이고 다니다가
부처님을 만나 '멈춰라'고 외쳤고, 부처님 또한 앙굴리
마라에게 '멈춰라'고 하셨지요. 두 분의 '멈춰라'는 말은
똑같지만 그 속에 있는 뜻은 전혀 다릅니다.
앙굴리마라가 '멈춰라'고 한 것은 부처님을 상해하기 위해
그 자리에 멈추어 서라는 뜻이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앙굴리마라의 살심(殺心)과 마음의 동요를 멈추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불교는 말로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그릇되이 움직이는
마음을 멈추는 것이 불교의 실천이요, 수행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불자는 무엇을 수행의 지침으로 삼고 살아야
합니까?
답:첫째, '실천, 행(行)'입니다. 입으로 하는 말은
멀리 귀양 보내고, 한 가지라도 알뜰한 생각으로 실천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실한 마음으로 한길로 쭉 갈 줄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거나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
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제 갈 길을 꼭 붙잡고 가는 마음자세
가 필요합니다.
둘째,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나의 일은 내가 잘 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정작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며 반성하고
참회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어지럽고 괴
롭게 사는 것을 지옥'이라 하셨고,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
려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면 극락세계'라고 하셨습니다.
회광반조(廻光返照)! 늘 빛을 돌이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살면 수행은 저절로 익어가기 마련입니다.
문:어떻게 해야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습니까?
답:일상의 모든 삶을 차근차근, 있는 그대로 보면
자신을 잘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천천히, 살살 다루어야 합니다.
사람들 중에는 입에 들어간 밥조차 씹지 않고 넘기려는 이들
이 있습니다만, 밥을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느끼며 먹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물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합니다. 급하게
마시면 그 부드러운 물로 인해 체할 때가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만약 들은 것을 들은 대로 말하지 않으면
거짓말이 되고, 본 것을 본대로 전하지 않으면 또한 거짓말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부처님께서는 "깊이 있고 신중하게 생각
하여 행동하고, 조작하지 않고 있는 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
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로 하셨습니다.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 분이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입니다.
그 스님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발이 땅에 닿는 것을 마음으로
느껴보라고 가르칩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 마음을
담아 허둥대지 않고 걷는 이라면, 자신이 하는 일들을 얼마나
신중히 하겠습니까? 늘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선정의 상태에
들면 있는 그대로를 보는 지혜는 저절로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문:자녀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답:부처님 앞에서, "부모노릇 잘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노릇을 잘 하겠습니까?"하면서 절을 열심히
하다가, 부처님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때 좋은 방법이 나옵니다.
부모들은 자식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합니다. 하지만 걱정을
한다고 자식이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 딸에 대한 걱정
보다는 제 갈 길을 제대로 잘 가면 자식들도 제자리에 있게
됩니다. 세상 일이 걱정을 한다고 해결이 되던가요?
그저 한결같이 '내가 갈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갈 길을 잘 찾아 가겠습니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부처님
전에 절을 하면 가장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제 갈 길을 잘 가면 자식들도 시집장가 잘 가서 아이도
잘 낳고 훌륭한 사람이 그냥 됩니다.
문:여러가지 질병으로 나이에 관계없이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습니까?
답:내게 온 병이든 죽음이든 사실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는 죽음을
꼭 괴롭게만 생각할 일이 무엇입니까? 제대로 살지 못하면
천년을 살아도 죽음이요 지옥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안해집니다.
[반야경]에서, "보살이 집착 없는 지혜로 제행무상(諸行無常)
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버릴
것도 취할 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도 요즘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80년이나 부려먹었으니
탈이 날 때도 되었지요. 눈도 희미하고, 이도 몸도 고장이 나서
치과도 가고 물리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나는 '정상
(正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쓴 기계가 고장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이 몸을 끝까지 건전하게 쓰다가 어느 날
훌쩍 낡은 옷을 벗어던지듯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렇게 떠나기 위해서는 늘 삶을 반성하며 조심해서 살고,
향상할 수 있도록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지요.
문:억울하고 괘씸한 일을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합니까?
답:우선 괘씸한 것을 괴롭게 생각하지 말고, 일어난
상황을 두고두고 점검해야 합니다. 소금을 한참 입에 넣고
있으면 짠 맛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짠 맛이 없어질 때까지
소금을 물고 있는 것이 정진이요 수행입니다.
문:절마다 건물을 짓고 각종 불사를 많이 하고 있
습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답:요즘 스님들 중에는 절을 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
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대놓고 말합니다.
"스님네들 절집에 올 때 부모 논밭 팔아서 돈 들고 오지 않
았다. 절밥 먹고 살면서 신도들한테 '나 좀 먹여 살리시오'
하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
스님네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그것은 부처님 돈입니다.
절의 돈도 아니고 스님의 돈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것을 늘 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신도가 갖다 주는 돈은
후학들을 공부시키는 불사에 건전하게 써야 하며, 부처님 정법
을 펴기 위한 일에 옳게 써야합니다. 옳은 일만 한다면야
정부의 후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 못하겠습니까?
문:근간에 가까이 지내는 선지식이 있으신지요?
답: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영리해서 사귐에 깊이가 없고
외로운 사람들 뿐입니다. 나는 15년 전부터 달라이라마와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퍽 재미있습니다. 달라이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대화입니다.
"당신, 모택동한테 쫓겨나길 참 잘했소."
"허허"
"모택동이 죽었을 때 조전(弔電)을 보냈소?"
"물론이요, 즉시 보냈습니다."
"참 잘했소. 그러면 모든 게 끝난 것이지요. 당신이 모택동을
용서했으니 세계 전체가 당신 놀이터가 되었고, 오늘 라사까지
가지 않고 여기서 당신과 대화를 할 수 있어 나 또한 즐겁소."
달라이라마는 중국의 모택동에게 쫓겨나 세계를 떠돌며 불교
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을 초월하고 종교를 초월해서
세계인으로부터 훌륭한 사상가요 인권운동가로 추앙받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렇듯 지금 나쁘다고 하여 영원히 해가 되는 일도 아니며
지금 좋다고 하여 끝까지 덕이 되는 일도 아닙니다.
달라이라마처럼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깨우치며 내 갈 길
내가 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문:스님께서는 이제까지 선정과 지혜를 중심에 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제 육바라밀의 나머지 네 덕목인 보시,
지계, 인욕, 정진에 대해 설하여 주십시오.
답:보시(布施)는 남에게 주는 것을 넘어서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욕심을 부려 정당하지 않게 돈을
벌게 되면 불현듯 차 사고가 나게 돼서 손해를 보던지, 아내가
빚보증을 서서 뜻밖의 손재(損財)가 생기던지, 무단히 병이라도
생겨 돈이 물밀듯이 빠져나가 버리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니 욕심을 내 많이 벌면 무엇 하겠습니까?
내 양심껏, 능력껏 버는 것이 내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아울러 남에게 베풀어준 것은 대법계의 창고에 쌓여있다가 언젠
가는 큰 힘이 되어 되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계(持戒)는 계를 잘 지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의 행동은 지계 아닌 것이 없습니다. 마음조심, 말조심을
하면서 남을 해치지 않고, 이 몸 하나 반듯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계율이라는 것을 알면 능히 지계바라밀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욕(忍辱)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입니다. 같은 일을 두
사람이 할 때, 능력 있는 사람은 이틀 만에 끝내고 능력 없는
사람은 사흘이 걸린다고 합시다. 그 때 능력 없는 사람이 자신
의 무능을 탓하거나 성질을 내거나 발버둥 치지 않고, '나는
사흘이 걸리더라도 꼭 이 일을 완수 하겠다'는 자세로 노력하는
것이 인욕입니다.
정진(精進)이란 꾸준히 노력한다는 말입니다. '내 갈 길을 내가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정진입니다.
문:초심(初心)의 불자들은 수행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까?
답:수행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숨을 잘
쉬면 됩니다. 살아 있는 자는 모두가 숨을 쉽니다.
만약 들이쉬는 숨도 편안하고, 내쉬는 숨도 편안하면 저절로
마음이 평정되고, 마음이 허둥대지 않고 불안하지 않으면 올
바른 의식(意識)을 갖게 됩니다.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불안해하며 살고 있습니다.
왜 불안에 빠지는 것일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10만원을
벌면 될 일을 20만원, 30만원, 100만원을 벌려고 하다보니
불안해지고, 불안 속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목을 매어
목숨을 끊고 고층 빌딩에서 다이빙을 하는 사태가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의식이 불안하기 때문에 비극적인 결과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편안한 호흡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가질 줄 아는 이것이 수행의 시작입니다.
달마대사께서도 "내심무천(內心無喘)하고 외식제연(外息諸緣)
하라"고 하셨습니다. 호흡을 편안하게 하여 바깥의 쓸데없는
반연을 끊어버리고, 안으로 헐떡거리는 마음을 쉬라는 말씀입
니다.
쓸데없는 남의 일이나 바깥일을 간섭하지 말고, 욕심을 부리
지도 말고 자신을 잘 다스리면 수행이 저절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만사형통하게 됩니다.
문:남보다 잘 사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답:간단합니다. 남보다 잘 살려면 남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학벌이 좋다고 하여 편하게 앉아 펜대만
돌려 정작 노력한 이상의 대우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성실하
고 부지런한 사람이라야 늘 한 길로 갈 수 있고, 천천히 조
심해서 가다보면 잘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 호주사람이 왔었는데, 그 나라는 정
부에서 지하수도 마음대로 못 파게 한답니다. 지하수가 고갈
되는 날을 대비하여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
는 좀 잘 살게 되어서인지 너무나 낭비가 심합니다.
내가 이것을 한 순간 아끼면 앞으로 주위사람 누군가가 요긴
하게 쓰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가정에서도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고, 먹을 때도 각자가
먹을 만큼만 덜어서 깨끗하게 먹으면, 이것이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요, 음식을 만들어주신 부모님을 존경하는 일까
지도 됩니다.
이렇게 성실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부지런히 낭비 없이 사는
것이 남들보다 잘 사는 비결이요 신행생활을 잘 하는 지름길
입니다. 많이 아는 것 보다, 알고 있는 것을 잘 행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대담 및 정리
손영희& 안춘상
-월간 [법공양]에서-
<정토회 카페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