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가르침을 마조 스님에게 청했다.
"스님께서는 사구백비(四句百非)를 쓰지 말고 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장 지적해 주십시요."
"오늘은 생각 없으니 그대는 지장에게 가서 묻도록 해라."
그리하여 지장 스님에게 물었다.
"마조 스님께서 저더러 스님께 가서 물으라 하셨습니다."
그러자 지장스님은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지더니 말하였다.
"오늘은 머리가 아프다. 그러니 회해 사형에게 가서 묻도록 하라."
그리하여 다시 회해 스님에게 가서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도 잘 모르는 일인데."
그 스님이 이리하여 다시 마조 스님에게 말씀 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장의 머리는 하얗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
<사족 : 사구란 있다,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없지도 않다를 뜻한다. 백비는 사물에 관해서 그 진상을 알리기 위하여 백번을 거듭 부정하여 유무의 견해를 명백하게 해주는 변증법적인 문답법을 말한다. 마조 스님이 지장에게 물어 보라고 한 말이나, 지장이 회해에게 물어 보라고 한 말은 모두 묻고 있는 스님의 차별상을 꾸짓고 있는 말이다. 그리고 회해의 '나도 잘 모르는 일인데' 라는 말은 백비를 뜻하고 있다.
그러나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한 이 스님은 마조스님을 다시 찾아 갔다.
'지장의 머리는 하얗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 하시며 마조 스님은 호통을 치셨다.
이쯤이면 이 스님은 바로 한생각을 돌이켜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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