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지난 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네.

희명화 2011. 9. 9. 11:37

 

 

  

   어느 날 아침 위산스님이 향엄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그대가 터득한 지식은 남에게서 듣고 보았거나 경전이나 책자에서 본   것뿐이다. 그대가 처음 태어나 동. 서를 알지 못했을 때의 일을 한마디 일러 보아라."

 

   향엄은 방으로 둘어가 모든 서적을 뒤졌으나,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언구가 없 었다. 마침내 책을 몽땅 꺼내다가 불질러 버렸다.

'금생에는 내가 불법을 배우지 못했다. 오늘까지 나를 당할 자 없으리라 여겼는데, 오늘 위산스님에게 한 방망이를 맞아 그 생각이 깨끗이 없어졌다. 지금부터 나는 국 먹고, 밥 먹는 평범한 중으로 여생을 보내리라.'

 

그 뒤 향엄산에 들어가 암자를 짓고 수행에 몰두했다. 어느날 청소를 하면서 무심코 던진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쳐 나는 소리를 듣고 확연히 깨달았다.

 

 어느날, 위산스님이 항엄의 소식을 듣고 앙산을 향엄에게 보냈다. 

 앙산은 향엄에게 가서 물었다.

 "스승께서 궁금해 하시네. 어디, 자네가 깨달을 것을 한번 말해 보게."

  향엄이 일전에 읊었던 게송을 다시 외우자 앙산이 말했다.

 "그거라면 지난 번과 똑같지 않나. 정말로 깨쳤다면 달리 설명해 보게."

 

 향엄이 게송으로 말했다.

 "지난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금년의 가난은 진짜 가난이네.

  작년의 가난은 바늘 꼿을 땅이라도 있더니

  금년의 가난은 바늘마저 없구나."

 

 앙산이 다시 말했다.

 "사제가 여래선은 알았다고 인정하겠네만,

  조사선은 꿈속에도 보지 못하고 있네."

  그러자 향엄이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다.

 

 "나에게 한 기틀이 있어

  눈 깜밖하는 사이에 그것을 보네.

  이 이치를 깨치치 못하는 자는

  더 이상 사미라고 부르지 말지어라."

 

 

 

 

 

 

            *** 백장 회해 - 위산 영우 - 앙산 혜적, 향엄 지한

                 문중제자             

                               -  황벽 희운 - 임제 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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