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이 스승을 깨우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다가 하루는 스승이 목욕을 하면서 등을 밀어 달라고 하였다. 신찬은 스승의 등을 문지르면서 안타까운 듯이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좋은 법당이건남, 부처가 성스럽지 못하구나."
스승이 얼핏 듣고 이상히 여겨 고개를 돌리자, 또 말했다.
"성스럽지는 못하지만, 방광은 할 줄 아는구나."
스승은 몹시 이상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느 날 스승이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벌이 들어 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창에다 자꾸 머리만 부딫히고 있었다. 이를 본 신찬이 말했다.
"세계가 저렇게 넓고 큰데 나가려 하지 않고 창문만 두드리니, 나귀의 해에나 나갈런지!"
스승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돌아서서 물었다.
"그대의 말들이 이상하구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다오."
신찬은 백장스님으로부터 배운 깨달은 마음 법을 다음과 같이 설했다.
신령한 광채가 훤하게 빛나니
근(根)과 진(塵)을 벌리 벗어났도다.
본체의 진상이 드러났으니
문자와 언어에 구애됨이 없도다.
마음의 성품은 오염됨이 없어서
본래부터 뚜렷하고 밝으니
허망한 인연을 여의기만 하면
곧 참다운 부처라네.
스승은 감격하며 말했다.
"늘그막에 이런 지극한 설법을 듣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 고령 신찬은 백장스님으로 부터 깨달음을 얻으 뒤,
자신의 스승을 깨우치고자 옛절로 돌아 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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