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 날

나.가.자!

희명화 2011. 8. 31. 09:59

 

 

 

 

경산박물관대학 5기 수료식을 마친지 한 달쯤 된 엊그젯 날, 동창회 총무님으로 부터 핸폰문자가 왔다.

'00 해물탕집에서 오후 7시에 임시회의가 있으니 꼭 참석 바랍니다.'

소식을 받고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할까? 인연을 맺어야 할까? 아니면 졸업과 동시에 끝내야 할까?

수업을 받으러 다니는 동안 몇몇 낯익은 얼굴은 있었지만, 백명이 넘는 학생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한편 바꿔 생각해 보면 이런 기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곳에서 사는 동안 좀더 적극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나름의 계산도 해보았다. 저녁시간이라서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세상은 내가 투자한 만큼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기에 매사 정성과 신뢰를 돈독히 쌓아야 한다는 나의 신념에 한번 더 다짐을 해보았다.

 

약속 장소인 해물탕집은 우리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지만, 위치를 잘 몰라서 길을 헤맬것 같아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기사에게 장소를 말했더니 잘 알고 있었는지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인장의 안내로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보니 졸업생인듯한 남자 세 분이 미리 와 계셨다.

평소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나는 예정시간 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는데, 방안에는 여자는 나 혼자 뿐이 였다. 조금 쑥스러웠지만 눈인사를 건내고 자리에 앉았다. 약속시간이 되자 수물수물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40여 명이 모여 앉게 되었다.  낯 익은 얼굴도 있고 전혀 낯선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수업시간에 거의 앞좌석에 앉았기에 뒷편에 앉은 이들을 잘 알 수 없었다.  회장님의 인사 말씀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했다. 동창생들은 한결같이 모두 모두 반갑다며 좋은 인연으로 잘 지내보자고 말을 건넨다.

오늘 참석은 잘 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사랑' 이라는 단체를 형성하고 있는데, 매달 유적지를 찾아서 청소도 하고, 이름없는 유적들을 찾아내어 문화재로 신청도 한다는 것이였다. 취지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현장답사 라서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유리잔에 음료수를 부어 넣고 잔을 높이 들면서 '나! 가! 자!'를 소리 높여 외치자고 회장님이 제안하셨다.

알고보니, '나라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자'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참 재미있고 뜻이 있는 건배인것 같아서 모두 웃으면서 즐거워 했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 보면, 어려서는 부모님에게 사랑 받으며 자랐고,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 열심히 뛰어 왔고, 결혼해서 가족들을 위하여 가정에 봉사하며 살았으니, 남은 삶은 우리 자신을 위하여 사랑하며 살아가야 후회없는 인생이 될 것 같다. 내 인생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라, 한번 가면 그만인 인생을 보람있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다가 마무리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와서 부쩍하고 있다.  새로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친구가 없다고  쓸쓸해 하였는데, 갑자기 수 많은 동창생들이 내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 꿈만 같고 감사하게 생각이 든다.  모두 나이가 들어 인생의 중년을 넘어 노년의 고갯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모두 산전, 수전, 공중전을 마쳤을테니, 남은 인생은 더욱 너그럽고 여유롭게 모임을 이끌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나는 졸지에 같은 테블에 앉아 있던 동창들의 추천을 받게 되어  동창회 <감사>를 맡게 되었다. 회장님은 박수를 치면서  "깐깐하신 분을 감사로 뽑았으니 회장이 회비를 함부로 쓰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하며 크게 웃으셨다. 왜냐하면 그 날 동창회비를 책정하는 문제로 내가 짠순이 노릇을 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것 같다. 남자들은 회비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여자들은 모임이 한둘이 아닌데 많은 돈은 낼 수 없다고 웅성대기에 내가 나서서 이야기한 것 뿐인데, 어디를 가나 바른소리를 하는 성격은 못 말리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좀더 조신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나의 삶, 내가 가는 이 길위에서 앞으로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생각만해도 행복해진다. 모든 상황은 내가 선택한대로 이루어져 간다는 것을 매 순간 절감해 본다.

 

오늘도 좋은 날!  모든 이들도 더불어 함께 행복하길 바람해 본다.    나무 불.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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