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Alchemist
(Paulo Coelho /문학동네/최정수 역)
이번 여행길에도 가방안에는 여지없이 책 두권이 있었다. 오며 가며 차안에서 읽는 독서법도 나름 꽤나 즐거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도서관에서 빌린 <연금술사> 도서는 크기도 작았지만 많은 이들이 보았던 탓인지 꽤나 낡아 보였다. 책을 읽다보니 언제였던가... 우리 아들의 책상에 가지런히 꼿혀 있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올랐다. 아이의 책꽃이에 있었던 몇권의 책들... 나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서(나는 항상 불서만 보았으니깐) 들척이지도 않았던 나의 무관심이 순간 무정함으로 느껴졌다. 달리는 기차안에서 쏫아지는 빗줄기를 차창을 통해 바라보다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전 7시 35분, 아마 지금쯤은 출근 하느라 분주해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지하철역에 있지는 않을까? 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아들의 음성이 들려온다.
"예, 어머니..." 역시 주위의 시끄러운 소음이 함께 들려왔다.
나는 지체없이 먼저 말을 걸었다.
" 애야, 너 <연금술사> 읽은 적 있니? " 아들은 즉각 대답한다.
"어머니, 지금도 제 방에 있는데요. 오래 전에 읽었어요. 왜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전에 우리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서... 혹시 너도 읽은 적이 있는가 하고 궁금해서 묻는거야... 잘 지내고 있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두서없이 쏟아낸 뒤, 비로서 아들의 안부를 묻는 엄마! 역시 나는 이기적인 면이 있음을 느끼며 씁쓸한 미소를 슬그머니 지어 본다.
첫장을 펼치자 <나르키소스. 수선화>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하고 있는 호수의 대화가 의미있게 들려 왔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양치기 소년인 산티아고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찾아 가는 길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누구에게나 '만물의 정기'가 있음을 실감했고, '자아의 신화'를 믿게 되었다.
본래 자기 스스로에게 이미 지니고 있는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났지만, 그 떠남도 결코 부질없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는 작업이였으므로 매순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모닥불도 없고 달도 뜨지 않는 밤, 야자열매 한 움큼을 입에 넣으며 낙타몰이꾼이 산티아고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P144) '생명은 성대한 잔치이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아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다' 현재 이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낙타몰이꾼이 자아의 신화를절감하고 이미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인 연금술사의 노력 납을 금으로 만드는 바로 만물의 정기를 하나로 모으는 작업인 것이다. 이미 그 역시도 자기를 가르쳐줄 훌륭한 연금술도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오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났지만, 실패도 하나의 길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과연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누구나 각자의 인생목표에 따라 자기만의 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연금술사가 될 것이다.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는 어떤 의도가 있다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니까...
만물의 정기는 이미 내 안에 존재해 있고, 우주의 힘은 언제나 나를 도와 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과연 나는 어떤 재료를 갖고 어떤 신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우리도 세상속에 살아 있는 동안에 훌륭한 연금술사가 되어보자. 오랫만에 좋은 책을 읽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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