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소년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났다.
재혼가정에서 만난 두 소년의 성장과정을 소재로 그들의 미묘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으며,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
최근에 이혼가정과 재혼가정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가족 간의 불편한 진실들이
정보매체를 통해 종종 알려지고 있다. 무책임한 어른들의 행위로 인하여 자식들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인격형성의 발원지는 가정이기에 어렸을 적의 많은 경험들은 씨앗이 되어
발아되고 성장하며 마침내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숙한 부모들은
자식들을 역시 미숙한 상태로 양육하고 있기에 청소년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와 어릴 적 엄마를 여의고 <사진관집 외아들>로
지내온 기하는 오래된 적산가옥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기하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무던하고 고집스러웠고, 늘 다른 이들 보다 새로운 정보에 한 발씩 늦었다.
그렇지만 기하는 아버지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기하가 19살이 되던 어느 날, 8살이나 차이가 나는 재하와 새엄마가 들어왔다.
이름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닮은 재하, 그리고 친엄마와 비슷하게 생긴 새엄마,
그러나 엄마는 서울말을 쓰고 새엄마는 경상도 사투리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새엄마와 재하에게 평소 아버지의 태도와 다르게 대하는 모습에서
서운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고 아버지와 점점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새엄마는 술주정으로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전남편과 정식이혼도 안한채
기하아버지를 만나 새로운 살림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 전남편의 등장으로 겨우
동거 4년만에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짧았던 동거기간 겪었던 기하와 재하의
불편했던 속내를 그들이 성장한 후에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운하고 답답했던 생각들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 속에는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면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때 그 순간을 독자 스스로가 상상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두고 있다.
기하의 생각과 재하의 생각을 단락을 나누어 전개하고 있으며 단락 단락의
설명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단 한 번만이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그렇게 했다면 기하와 재하가 서로 이해하게 되었을까?
재하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순간을 돌아보며
기하가 한 말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 평범하고도 어려운 말들, 이제와 전송하기에는 늦어버린 무용한 말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P.S... 헤어짐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나에게도...
'두고 온 여름'은 무엇이 있을까?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0) | 2025.05.27 |
---|---|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 러셀 (0) | 2025.05.24 |
과학으로 보는 빨간 머리 앤 (0) | 2025.04.20 |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 엘리자베스 버그 (0) | 2025.04.18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테블라드 (0) | 2025.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