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면 반칙이다 / 류 근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낯선 작가의 도서명이
눈길을 끌었다. '진지하면 반칙이다'... 라니...
작가 류근 씨는 시인이며 산문집도 출간한 경험이 있다.
이 책의 장르는 수필집 같기도 산문집 같기도 했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그림 그리듯 편안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지 술 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작가들은 술과 담배를 연결고리 삼아 심연의 바닥에서 시상을
퍼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작품은 7장으로 나뉘었고 각 장마다 주제를 다르게 명칭 했다.
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1장에서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를 세 번씩이나 썼다.
그만큼 그가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전해왔다.
..... 나는 아무 데서나 시들어갔다. 하지만 내 가슴과 영혼엔 착하고
경건한 시가 이식돼 있었으니까, 아무 데서나 죽을 수는 없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도 어느 때는 군더더기가 많이 삽입된 소설책은
읽다가 덮어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너무 많은 미사여구와
이해할 수 없는 의미의 단어들로 가득 채워진 글은 오히려 나의 속내를
복잡하게 만들기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시 속에도 언어의 유희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자비하게 출간되어
나오는 부적절한 시집들을 보면서 작가는 염려스러워하고 있다.
작가는 시를 '삶의 비참을 이기는 칼 한 자루'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그리고 언어를 견디지 못하는 자는 죽어도 시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시를 처음 대하는 독자라면 시선집을 먼저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그 뒤
맘에 드는 시를 쓴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고, 활동연대가 앞선 시인 순으로
찾아서 읽다 보면 차츰 시와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읽다가 자기 가슴에 닿지 않는 시가 있다면 이해 못 하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그냥 무시하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짧은 문장속의 단어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를 깊이 사유하면서
시를 제대로 감상해 보길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다.
" 삶의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칼, 시를 읽는 것입니다."
p52. 고독하고 쓸쓸한 일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막 무슨 새들이 지구에 투신하는 소리 같다.
이 좋은 가을날 스스로 몸을 던지는 나뭇잎들을 보자니
어디선가 많이 닮은 풍경이 생각난다. 아, 맞다. 나도 나를 어디론가
힘껏 던지는 힘으로 살아남았다. 참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풍자와 해학을 말하고 있다.
<진지하면 반칙이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시는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진실의 재현이다라고...
우리 고유의 민속전통놀이에는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어서
관객들과 쉽게 공감하고 즐기기도 한다.
풍자가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이라면 해학은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을 말한다.
이와 같이 시에도 살아있는 풍자와 해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내면의 언어를 들을 줄 알아야
시를 제대로 읽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작가의 솔직 담백한 소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를 읽다보면 쉽게 공감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글이
나에게는 좋은 글이라고 나름 생각해 본다.
나도 이제부터 차근차근 시집에 손길을 보내봐야겠다.
반 성 / 류 근
하늘이 함부로 죽지 않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는 별들이
제 품안에 꽃 피고 있는 까닭이다
죽음조차 제 품 안에서 평화롭기 대문이다
보아라, 하늘조차 제가 낳은 것들을 위해
늙은 목숨 끊지 못하고 고달픈 인생을 이어간다
하늘에게 배우자
하늘이라고 왜 아프고 서러운 일 없겠느냐
어찌 절망의 문턱이 없겠느냐
그래도 끝까지 살아보자고
살아보자고 몸을 일으키는
저 굳센 하늘 아래 별이 살고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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