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 공터에는 봉숭아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집 앞을 오고 가는 주민들은 봉숭아꽃을 보며 옛날 어릴 적 생각이 난다는 말씀들을 합니다.
봉숭아 뿌리 끝은 빨갛게 물이 들어 있습니다. 줄기는 파란색인데 어째서 뿌리는 빨간 것일까요?
어린 시절 툇마루에 앉아서 손톱에 물들이던 생각이 납니다. 딸 여섯을 키우셨던 친정어머니께서는
봄이 되면 작은 앞마당에 부지런히 봉숭아 씨앗을 먼저 심어 놓으셨지요. 음력 5월이면 꽃이 피기 시작했고 그때 즈음이면 딸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한 명씩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 주셨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유년의 시절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확연하게 되살아납니다.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오랜만에 봉숭아로 손톱에 물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장마로 꽃들이 모두 젖었지요. 물기를 말리려고 신문지에 올려놓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사진으로 제 손을 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네요. 쭈글쭈글하고 거칠어진 손 모양이 부끄러워서 차마 손 전체는 올리지 못합니다. 봉숭아 물들이기는 성공했네요.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오늘도 감사함이 충만한 하루였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