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말이 참으로 오묘하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그러나
그저 그런 기억들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언어의 허구가 만든 망식들이 무수히 많다.
치과에 가서 인플란트를 심게 되었다.
예전에 썩은 이를 뽑을 때 출혈이 아주 심했던 경험이 있었던 나는
이번에도 그런 반응이 나타날까봐 걱정이 아주 많았다.
오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토요일 오후에 발치를 한다는 것이 불안했다.
갑자기 응급실에 갈 상황이 발생하면 주말에 혼자서 어떻게 감당할 지 걱정이 되었다.
간호사에게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했지만, 예약이 많아 변경하기가 어렵다고 답변이 왔다.
드디어 인플란트수술이 시작되었고, 젊은 의사는 아주 침착하게 수술 진행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면서 수술을 진행했다. 우려했던대로 염증이 심했던 어금니를 발치하니
잇몸에서 출혈이 심하게 솟고 있다고 의사의 말소리가 섬찍하게 들려왔다.
의사는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레이저를 이용해서 잇몸을 자르고, 발치하고, 뼈를 심고,
잇몸을 꿰메고 있다면서 순간순간을 중계방송 하듯이 계속 들려주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기고 있었다. 의사가 부처님처럼 느껴졌다.
2시간 후, 의사는 무사히 잘 끝났다고 하며 나에게 수고가 많으셨다고 위로의 말도 해주었다.
아직도 몇차례 수술이 더 남아 있다. 아주 대공사가 될것 같으나 앞으로 30년은 더 써먹어야
할테니 미리미리 부실한 것은 제거하고 보수공사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다.
수술후 식사도 못할 것 같아서 미리 혼합곡식으로된 선식도 마련하고, 본죽도 사다놓고,
야채주스와 과일주스도 듬뿍 준비해 두었다. 의사 말로는 6개월정도 고생할 것이라며 식사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에 사실 걱정도 되었다.
혼자 살다보니 스스로 챙기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간다.
절대 자식들에게 부담 시키지 않겠다는 나의 자존심이 이런저런 분별을 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부질없는 애씀이였다.
아이들은 이미 나의 통장계좌로 수술비에 보태 쓰라고 자기네들 살림살이에서 분수에 넘치는
거금을 입금해 주었다. 나는 자식들에게 아뭇소리도 못하고 그냥 담담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들에게 부담을 준것이다. 이것도 부담스럽다.
이래저래 살아가는동안에 걱정과 근심은 항상 동행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왕에 돈은 받았으니, 서로 기분이라도 좋으려고 상큼하게 말했다.
'애들아! 고맙다. 보내준 돈 잘 쓸께~~ " 아주 간단하게 전했다.
월요일에 치과를 찾았더니 담당의사는 수술경과 아주 좋다고 말한다. 다행이다.
지나치게 염려했지만, 경과도 좋고 아프지도 않아서 다행이다.
미리 걱정하고 조바심을 냈던 내 스스로를 돌아본다.
어찌되었던간에, 인플란트는 해야했고, 아픔을 예상했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도
예견했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였다.
어짜피 치루어야 할 행사라면 멋지고 폼나게 치루어야겠다.
부질없는 애씀이 아니라 지혜로운 방편으로 일상에서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어려서는 부모님을 의지하고 살아야 하고
결혼을 하면 남편을 의지해서 살아야 하고
나이가 들면 자식을 의지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다가 금새 사라진다.
이건 아니지....................
이제는 더 이상 부질없는 애씀은 하지 말아야지...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바람 부는대로
흘러 흘러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 일것이다.
정말로
더 이상 부질없는 애씀은 하지말자.
흐르는 강물 위로
높이 날으는 한마리 새가 되고 싶다.
- 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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