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리고 있었나보다.
요즘 며칠 째 날씨가 마치 여름날처럼 무더웠는데... 어제도 쾌청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부지런히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집밖으로 나갔다. 동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너무도 곱게 잎이 떨어져 있기에 더 늦기전에 사진에 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났기 때문이었다. 우산을 챙기고 나섰지만, 밖으로 나와 보니, 우산을 펼치기에는 조금 어중간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냥 모자만 쓰고 걸었다.
길을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일까?
<나> 답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리라.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실속에서 해야할 일을 하고, 피해야 할 일을 피해가며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삶이 바로 행복한 삶이고 생활속의 도 일것이다.
해마다 선방 결제철이 되면 공연스레 마음이 설레였지만, 이제는 그런 욕망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마음을 보는 수행법을 처음으로 배울 때는 대중속에서 힘을 키우고 익힐 것이 많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났기에 혼자 묵묵히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 수행이라면 무슨 어마어마 한 것인양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알고보면 바른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며 살아 가려고 애쓰는 작업일 것이다. 우리 자신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일도
제대로 실천을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잘못을 반조해 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바로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저냥, 되는대로, 생각 나는대로, 이치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살아간다면 얼마나 귀한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래서 좀더 깊이 있게 사유하며 인생을 관조해 보는 것을 명상, 또는 참구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화두가 있다면 좀더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화두는 아는 것도 아니고, 본것도 아니고, 커다란 깨달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두는 오직 의단(의심) 하나 있는 것 밖에는 없다. 화두 참구는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수행법 중에서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이 세상을 떠나야 여한이 없을 것이다.
아무런 흔적없이.....
행복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여유로움일 것이다.
나는 날마다 기도를 올린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세면을 하고 좌복에 앉아서 경전을 읽는다. 내가 즐겨보는 경전은 천수경이다. 그 속에는 반야심경도 있고 신묘장구대다라니도 있다. 그냥 소리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한글자 한글자를 사유하며 읽는다.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의미가 떠오르곤 한다. 언젠가 내가 법회를 할 기회가 되면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에 즐거워진다. 나는 천성으로 부처님제자인 부루나존자를 닮은 것 같다. 늘 마음속에서는 '하루 빨리 깨달아서 일체중생을 구제하게 하옵소서' 하며 부처님전에 발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경이 끝나면 절을 한다.
예전에는 절을 잘 한다는 소리도 듣기도 했지만, 요즘은 무릎이 아파서 절기도를 조금만 한다. 그저 간절함을 가득 담고서 정성껏 9배만 올린다. 그리고는 화두참구를 한다. 나의 화두는 <무>자 이다.
하루 수행일과를 마치고 아침을 시작하게 되면, 하는 일마다 즐겁고 자신감도 있고 행복함이 가득해진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줄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결국 산다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생각해 버리니까 이것말고 또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을 구하려고 애쓴다.
우주와 내가 하나인 것을 어느 순간 느낄 수 있다면, 그는 깨달은 자가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이 길을 걷는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위를 걸으며...
빨간 열매가 빗물을 머금은 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세상이 참으로 미묘하고 신통방통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으로 가득찬 기쁨을 안고서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이 기쁨과 나의 사랑을 가족과 이웃에게 회향하고 싶은 간절함을 갖고서...
오늘도 감사함의 날 입니다. 나무 불.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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