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정종찬

6.백장대지(百丈大智) 선사

희명화 2011. 9. 19. 16:48

 

 

 

               6. 백장대지(百丈大智) 선사 (749~ 814)

 

 

 

 

 

백장스님은 마조스님의 법제자이며, 법명은 회해, 복주사람으로 속성은 왕씨다.

 

스님이 두번째 마조스님을 찾아뵙고 모시고 서 있는데, 마조스님이 선상 모서리에 걸려 있는 불자를 눈여겨보자 이렇게 여쭈었다.

"이것 그대로 작용합니까? 이것을 떠나 작용합니까?"

"뒷날 그대가 입을 열게 되면 무엇으로 학인을 지도하려느냐?'

스님이 불자를 세워 보이자 마조스님이 말했다.

"이것 그대로 작용하느냐, 이것을 떠나 작용하느냐?'

스님이 불자를 내려놓는 순간 마조스님이 느닷없이 악! 하고 벼락치는 소리를 내자 스님은 절을 올렸다.

 

 

그후 신도의 초청으로 홍주 신오 국경인 대웅산에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위로 둘러싸여 몹시 험하였으므로 '백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어느날 스님은 대중에게 말했다.

"불법은 작은 일이 아니다. 이 노승은 지난날 마조스님의 '할' 한마디에 사흘동안 귀머거리가 되었다."

황벽스님이 자신도 모르게 혓바닥을 쑤욱 내밀자, 스님은 그에게 말을 이었다.

"자네는 뒷날 마조스님의 법을 잇지 않으려나?"

"아닙니다. 오늘 스님의 말씀으로 마조스님의 큰 작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아직도 스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뒷날 마조스님의 법을 잇는다면 나의 자손을 잃게 될 것입니다."

"스승과 경계가 똑같으면 도는 스승의 반으로 줄어들고 경계가 스승을 능가해야 비로서 스승의 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그대에겐 스승을 훨씬 능가할 만한 경계가 있다."

이 말에 황벽스님은 절을 올렸다.

 

 

스님이 상당법문을 할 때 마다 대중과 함께 법문을 듣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하루는 대중이 다 물러간 뒤에도 홀로 남아 있기에 그에게 물었다.

"무엇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과거 가섭부처님이 계시던 때 이 산에 살았습니다.

  하루는 학인이 찾아와 '수행을 쌓은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하고 묻기에 '수행을 많이 한 이는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가 마침내  5백 생 동안 여우몸을

  받았습니다. 이제 청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저를 대신해서 몸을 벗어날 한마디 (일전어 一轉語)를 내여서 여우몸을 벗게 해주십시요."

"네가 물어 보아라."

"수행을 많이 한 이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인과에 어둡지 않다."

노인은 말끝에 크게 깨치고 절을 올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이미 여우몸을 벗어났습니다. 저의 육신이 산 뒤편 언덕에 있을 것이니 감히 바라옵건대 저를 사문의 법도대로 장사지내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스님은 노인의 유언데로 장사를 치뤄주었다.

 

 

 

 

찬 하노라.

 

 

격식을 벗어난 그 자태는

천지조화의 정교한 솜씨여라

 

야윈 그 모습 고고하여 옥 깎아 세워놓은 듯하고

푸른 눈동자 별빛이 흐르는 양 반짝거리네

 

인과에 어둡지 않다 하여 여우몸을 벗겨줌이여

역대에 거쳐 몇이나 칭찬하고 몇이나 욕했는지

물오리로 싸우다 방편 모두 떨어뜨리고

집으로 달려가 한 차례 울고 한 차례 웃었노라

.

.

청규는 조목조목 반듯하여

사람을 빠뜨리는 구덩이를 깊이도 팠고

꽃다운 아이들 줄줄이 이어

촘촘히 하늘 덮는 그물이 되었구나

 

대단한 공훈운 숙손통(한나라 명신)에 뒤지지 않고

노린내 나는 오랑캐(달마대사)와 만고의 성과 연못 마련하니

그 누가 그 곁에 가까이 가랴.

 

 

 

           [오가정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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