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에 씀 (퇴옹 성철스님)
설봉스님이 하루는 원숭이들을 보고 말하길
"원숭이가 각각 한 개의 옛거울을 짊어지고 있구나!"
하니 삼성스님이
"숱한 세월 동안 이름이 없거늘 어찌하여 옛거울이라고 합니까?"
하고 물었다.
설봉스님이
"흠이 생겼구나!"
하자 삼성스님이 말하기를
"천오백명을 거느리는 대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들으십니까?"
하니 설봉스님이 말했다.
"노승이 주지하기가 번거로와서..."
알겠는가,
비가 연잎을 적시니
향기가 집에 떠돌고
바람은 갈대잎을 흔드는데
눈은 배에 가득하네.
불기 2532년 단오절
가야산에서
퇴옹 성철 씀
*** 오가정종찬 (五家正宗贊)은 달마대사로 부터 설봉선사에 이르기까지 5가 원류가 되는 12명의 스님과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안종 등 5가의 종맥을 이은 62명의 스님 등 74명의 스님에 대한 간략한 전기와 기연을 기록하고 찬을 붙인 것이며, 이 책을 편찬하신 희수소담 스님은 임제종 함걸의 맥을 이은 무준사범의 제자이기도 하다. ***
앞으로 올리는 글은 오가정종찬에 나오는 옛조사님들의 가르침을 사경해 보려고 합니다.
결코 흙덩이를 무는 개꼴은 되고 싶지 않기에 묵묵히 옛거울을 살펴봅니다.
선어록을 볼 수 있게 간행불사를 해주신 <백련선서간행회>에 감사드립니다. 희명화 합장
<성철스님 열반송 1993.11.4.>
生平欺狂男女群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彌天罪業過須彌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活焰阿鼻恨萬端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갈래나 된다.
一輪吐紅掛碧山 둥근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어서 푸른 산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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