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 최은영 장편소설
밝은 밤..... 새벽이 다가온다는 의미였을까?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그리고 주인공 지연이...
5대를 이어온 여성들의 질곡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희령에 있는 천문대의 연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희령은 10살 때 할머니댁에서 열흘동안 머물렀던 곳으로 아련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후 가본 적이 없었고 본인의 결혼식 때조차 할머니를 초대하지 않았다.
이혼 후 서른두 살이 되어서 직장 때문에 이곳을 찾게 된다.
증조할머니는 황해도 삼천에서 살았기에 삼천 아주마이가 되었고,
새비에서 살았던 새비아주마이가 친구로 둥장한다.
193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다정한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왔다.
p.131 내가 새비 아주머니의 입장이었더라도, 나는 남편을 위해
그만큼 울었을 것이고 남편을 다시 만나서도 그만큼 행복했을 것이다.
전남편이 저버린 것은 그런 내 사랑이었다.
내가 잃은 것은 기만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그가 잃은 것은 그런 사랑이었다.
누가 더 많은 것을 잃었는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경쟁에서 나는 패자가 아니다.
p. 401
이혼 후 내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남편의 기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의 결과이기도 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보니
그중 나를 더 아프게 한 건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이었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주인공 지연이가 할머니를 만나 고조,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살아온 이야기를
남겨진 빛바랜 사진을 통해 듣게 되면서 가족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폭넓은 삶을 상상하기도 한다.
고조할머니가 백정의 딸로서 핍박받고 살아온 세월과 삼천에서
평민과 결혼해 살면서 동네사람들에게 멸시받으며 살아온 증조할머니
그래서 더욱 강하게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희자엄마인 새비 아줌마의
억척스러운 삶...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이어져온 삶의 연결고리가 아마도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 지연이를 이 시대의 인물로
등장시켰는지 모르겠다.
회령 할머니로부터 가족사를 듣게 된 후 지연은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늘상 해왔던 잔소리조차 이해하려고 한다.
"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삶, 눈에 띄지 않는 삶, 그래서 어떤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고,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동그라미가 아무리 좁고 괴롭더라도 그곳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
엄마의 믿음이었다는 것을...
p.s : 장편소설인데도 지루한 느낌 없이 흥미롭게 잘 보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당당한 삶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지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가족을 위해
사랑과 정성 그리고 희생의 모습이 참으로 정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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