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교리

정법안장 열반묘심

희명화 2013. 3. 31. 04:38

염화시중(拈花示衆) ― 정법안장(正法眼藏)

 

세존께서 영산(靈山)에서 설법하시는데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이 비처럼 내렸다. 세존께서 그 꽃을 들어 올려 대중들에게 보이자(拈花示衆) 가섭이 빙그레 웃었다(迦葉微笑).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있는데 가섭에게 전해주노라.”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3권에 의거하면, 대범천왕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금빛 우담바라화를 부처님께 바치고 몸을 던져 평상을 만들고는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위해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법좌에 오르시자마자 꽃을 들어 인천의 백만 대중에게 보이시니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였는데, 오직 가섭만이 홀로 얼굴을 펴서 미소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이르시기를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다. 그 실다운 모습은 모습 없는 모습(實相無相)의 미묘한 법문(微妙法門)이다. 이는 문자로 세울 수 없기에(不立文字), 교 밖에 따로 전하니(敎外別傳), 이것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고 하였다.

 

선종은 이 인연으로부터 선(禪)의 종지(宗旨)가 시작되었다고 설하고 있다. 이른바 “정법안장(正法眼藏)”이란 삿됨이 없음이 정(正)이요, 진리의 표준이 법(法)이며, 밝게 비춤이 안(眼)이요, 머금어 포섭함이 장(藏)이다. 즉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으신 위없는 바른 법이 바로 정법안장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핵심교설은 무아(無我), 무상(無常), 공(空)을 내용으로 하는 연기중도(緣起中道)의 진리(法)이다.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일반은 현상적으로 보면 변화와 관계성에 의한 인연화합(因緣和合)으로 생겨났다가 인연화합이 다하면 소멸되는 무상(無常)한 것이다. 즉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조건인 연(緣)이 결합하여 생성소멸하기(因緣生起) 때문에 연기법(緣起法) 혹은 인연법(因緣法)이라고 말한다. 연기법은 변화와 관계성에 의해 생멸하므로 고정된 실체(實體)가 없으므로 또한 무아(無我)이며, 무상(無常)이며, 공(空)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무아, 무상, 공한 존재를 창출해내는 무한한 힘은 그 존재(개체) 바깥에 따로 존재하는 것(브라흐만, 신)이 아니라, 바로 그 존재 내면에 존재성을 벗어난 하나의 마음(一心)으로 드리워져 있다고 설한다. 이 일심을 경론에서는 불성, 법성, 진여, 반야, 자성청정, 공적영지 등으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데, 또한 이것을 정법안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법안장은 해탈열반을 성취한 미묘한 마음이기에 열반묘심라 부르고, 실체적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습 없음의 모습인 중도의 실상이기에 무상실상이라 말하고, 위없고 바른 미묘한 법이기에 미묘법문이라 말하고, 언어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근본자리이므로 문자로 세울 수 없다하여 불립문자라 하며,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 즉 교(敎) 밖에 마음과 마음으로 따로 전했다(以心傳心)하여 교외별전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법안장은 부처님과 가섭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에게 본래부터 구족되어 있는 것이기에 “일체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라고 하고, 그 본래적인 모습에서 보아 “중생이 본래부터 성불했다(衆生本來成佛)”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체 중생이 각각 모두 불성을 갖추고 있으나 무명에 가려져 밝히지 못하는 연고로, 그 불지견(불성)을 열어(開) 보이어(示) 깨달아(悟) 들게(入) 하기위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이다. 이와 같이 불지견을 열어 보이어 깨달아 증득하게 하는 일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가장 큰 이유(일)이므로『법화경』에서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에 의해 오시었다”고 설하고 있는 것이다. 일대사인연을 선종에서는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바꾸어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일대사인연을 밝히기 위해 혹은 생사대사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법안장의 도리를 밝히기 위해 참선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