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수원밖에 안갔으니, 다 온줄 알고 착각하지 말아라."
수행을 해오면서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구할 것도 없음을 알고서 자만하고 있을 때면,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나 주시는 호법신장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신장님들은 내가 공부길에서 스스로 무언가 알았고, 보았고,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착각들을 일시에 쳐부수어 주었다. 원래 신장님은 부처님을 잡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활을 맡고 있는데, 내가 말하는 신장님은 눈에 안보이는 어떤 신통한 위신력이 있는 신들이 아니라, 내 앞에 나타나서 나의 공부길에 질책을 해주시는 선지식들을 의미한다.
참선공부를 하는 사람은 선지식을 찾아가서 자신이 공부길에 제대로 들어섰는지를 점검 받아야 하며, 공부 도중에도 의심이 일거나 무언가 알았다는 생각이 일어나면 즉시 선지식을 찾아가서 바르게 지도를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 바른 길을 걸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리유차 천지현격(毫釐有差 天地懸隔 :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이라는 신심명의 한귀절처럼 한생각의 차별심으로 말미암아 가는 털 만큼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 수행자는 반드시 선지식을 만나 바른 수행길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냥 알음알이로 책을 통해서 배우고 익힌 것을 가지고 자신의 살림살이로 삼고 있다면, 말은 공부한다고 하겠지만, 자칫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수박도 직접 먹어봐야 속알맹이가 빨간줄 알듯이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수박은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학으로 배운 것을 스스로 실참실수(實參實修) 하여 증득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선지식과 도반의 힘이 매우 큰것이다.
나 역시도 여러 선지식을 찾아 다니며 공부를 점검 받으러 다녀보았으나, 그때마다 ' 그게 아니야!' '좀 더 참구해라!' '아직 문밖에 일이다' 라는 민망한 답변을 듣고오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분심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지식의 일침이 나 스스로를 좀더 정확하게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주시는 귀하고 소중한 말씀인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수행은 끝이 없음도 알았다. 바로 살아있음이 수행인 것이다. 하루하루 일어나고 사라지는 희.노.애.락을 어떻게 수렴해야 하는지 그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래서 화두를 챙기는 것이다. 화두(話頭)란 ' 말머리 라는 뜻으로 말하기 이전의 자리'를 의미한다. 바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 자리 바로 아무것도 없는 무심, 즉 본래면목을 의미한다. 모든 만상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절대로 흔적이 없는 거울과 같은 역활을 할 뿐인 것이다. 그래서 화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뭣꼬' '부모미생전본래면목'은 바로 이 무심의 자리를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리라고 해서 어떤 일정한 위치가 있는 것이 아님을 눈치채야 할 것이다.
아직 나는 수원을 걷고 있다. 서울에 당도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나는 서두르지는 않는다. 길을 걸으며 꽃구경도 하고 사람구경도 한다. 저자거리에서 풍물패를 만나면 흥겹게 놀기도 하고 도적을 만나면 싸우기도 한다. 이래도 저래도 항상 나의 부처와 함께 있음을 알고 있기에 걸림이 없다.
그렇지만, 선지식들이 내게 들려준 '아직은 수원이다' 라는 말씀을 명심하며 여여하게 살고 있다.
이 아침에 또 다시 삶이 수행인 것을 절감하며,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기에, 날마다 좋은 날 인것이다.
-길위에 서 있는 희명화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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