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感射)와 회향(廻向)
내가 이곳 경산으로 이사온지 어느새 2년이 된다. 그동안 내가 느낀 경산은 편안하고 청정하고 풍요로운 곳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는데 남편의 직장관계로 갑자기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내게 경산은 신천지와도 같았다. 자녀들은 모두 결혼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 일가 친척도 없고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지방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색하고, 우울하고, 홀로 외딴 섬에 갇혔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은 집안에서만 지냈다.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랐고, 길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경북교육정보쎈타>를 알게 되었고, 무료강좌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평생교육 접수기간을 기다렸다가 날쌔게 등록을 했고, 영어, 컴퓨터, 동화구연, 디카 등을 배우러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동부동 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평생학습프로그램 중에서 한자반에 들어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면서 몇몇 낯익은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또한 경산시립박물관에서 박물관대학 강의를 듣기도 했다. 낯선 지역으로 이사 와서 내 나름으로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이곳의 지방성향을 익히게 되었다. 또한 경산에는 천년고찰이 무수히 많아서 여러 사찰을 탐방하는 즐거움도 있고, 삼성현이 태어난 고장이라는 점이 불자인 나로서는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경북교육정보쎈타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기에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 나름으로 경산지역을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을 물색하게 되었다. 생각 끝에 작년 초파일에는 이웃돕기행사를 하게 되었다. 거의 3개월 동안 집에서 혼자 연꽃 컵등을 만들었다. 동부동사무소의 배려로 구석에 작은 테블을 마련해 놓고 컵등을 판매했다. 수입된 금액은 모두 경산지역 이웃돕기에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수입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컵등이 거의 300여개가 판매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현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몇 달전에 경북교육정보쎈타에서 운영되고 있는 '금빛봉사단' 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금빛봉사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전직 고등학교교사였음) 금빛봉사단은 정년퇴직을 하신 전문가들이 모인 봉사단체로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각자 인연있는 곳을 찾아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서울에서 호스피스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혹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도하는 포교활동일 것이다. 그러나 낯선 타지역에서는 내가 종교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종교를 떠나서 내 이웃을 위하여 내가 아는 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만큼, 세상사람들을 위하여 회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경산재가노인지원쎈타>에서 노인들을 위하여 매주 찾아가서 색종이접기와 동요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결식노인들을 위해 무료급식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이제는 나도 경산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내가 없는 세상,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이렇게 경산에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정보쎈타의 도움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번 평생교육 후반기 강좌에서는 구연동화와 카메라 수업을 신청했다. 구연동화를 잘 배워서 노인분들에게 동화책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사진도 잘 찍어서 내 블로그를 통하여 경산의 이모저모와 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나의 행복이 너의 행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정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말했다. ‘정이란 약자에 대한 배려 ’ 라고 말이다. 이제는우리 모두 나눔과 베품을 생각할 때 이다.
요즘 나의 생활이 즐거운 것은 정보쎈타가 집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첫 번째 이고, 도서관을 자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한울타리 독서회를 알게 되었고, 회원으로 가입도 했다. 뜻밖에 나에게는 행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처음 이곳 경산으로 이사를 왔을 때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쓸쓸하고 외로웠는데, 내가 살길을 찾아 길을 나서고 보니, 여기저기 살길이 열리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중년의 아름다운 꿈을 펼쳐야겠다.
흘러간 옛 청춘을 생각하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하면 보람있게 잘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깊이 생각도 해봐야겠다.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나의 꿈을 향하여 여한없이 날개를 펼쳐보고 싶다. 과연 아직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남은 삶은 이웃을 위해 아는 만큼 회향하며 살고 싶다.
주위의 새로운 인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날마다 좋은 날 ! 합장.
'날마다 좋은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 경북과학축전 (0) | 2011.09.26 |
---|---|
산책의 즐거움 (0) | 2011.09.25 |
제 자리 (0) | 2011.09.21 |
오늘은 종이접기 봉사날! (0) | 2011.09.19 |
남매근린공원 (0) | 2011.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