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소에 대해서 - 전원책 -

희명화 2020. 5. 18. 18:44

이 번쩍이는 서울거리에서

호주머니에 황소를 넣고 다니다가

몹시 술 취한 밤

코뚜레를 했다.  눈물을 머금고

 

소를 놓아 기르다가

언젠가는 죽이고 말리라는

뻔한 사실도

술을 취해야만 깨닫는 것일까

 

비록

암소와 튼실한 송아지까지 보아

一家를 이룬다는 기대만으로

소는 얼마나 아름다우냐

 

가끔은 그놈 황소를 끄집어내어

뿔 값을 하라고

사납게 엉덩짝을 내지르기도 하고

 

또 가끔은

그 선한 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너는 황소다

너도 황소다

달래기도 하면서

이럭저럭 황소를 붙이고 사는

재미!

 

 

< 睡 蓮의 집 >  전원책 시집  중에서,   (해와  달,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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