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별 헤는 밤 -윤동주-

희명화 2013. 4. 9. 20:03

 

 

           별 헤는 밤 

      

                                    윤동주(尹東柱 1917∼1945)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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