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절안에서
무릎을 안고 한가로이 졸다가
소소한 가을바람 소리에 놀라 깨 보니
서리 친 단풍 잎만 뜨락에 가득하네.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하다 해도 어찌 잠이 안 오랴
고요한 밤 텅 빈 산 달이여
광명으로 베게 하겠네
일없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사립문 밀치고 졸다가 보니
새들은 나의 외로움 알아 차리고
창 앞에 그림자 되어 스쳐 가네
깊고 고요한 산에서 졸고 있는 내 행색
온 세상에 그냥 그대로 놓아두리라
일이 있는데 마음 헤아리기 어려워
그냥 잠을 잔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문 안에서
그냥 바람 소리 벗 삼아 잠을 잔다.
- 경허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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