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경허 스님

희명화 2012. 8. 23. 06:38

 

   노을 비낀 절안에서

   무릎을 안고 한가로이 졸다가

   소소한 가을바람 소리에 놀라 깨 보니

   서리 친 단풍 잎만 뜨락에 가득하네.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

   요란하다 해도 어찌 잠이 안 오랴

   고요한 밤 텅 빈 산 달이여

   광명으로 베게 하겠네

 

   일없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

   사립문 밀치고 졸다가 보니

   새들은 나의 외로움 알아 차리고

   창 앞에 그림자 되어 스쳐 가네

 

   깊고 고요한 산에서 졸고 있는 내 행색

   온 세상에 그냥 그대로 놓아두리라

   일이 있는데 마음 헤아리기 어려워

   그냥 잠을 잔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문 안에서

   그냥 바람 소리 벗 삼아 잠을 잔다.

 

 

            - 경허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