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양수님의 그림시집 ‘고요를 본다’ 중에서 -
배려
꽃잎을 밟았다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는다.
밟은 발 미안 할까봐...
발자국 뒤를 나비들이 따른다.
여름 풍경
콩밭 매던 할머니 그늘 찾아 허둥댄다
등에 촉촉이 젖은 옷, 굽은 등선 보여주고
목주름 깊숙이 파고드는 땀방울
나는 저 물 먹고 자랐다.
소나기
우르르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빗소리 요란하다
담장 아래서 졸던 얼룩 고양이,
연못가 목욕하던 참새,
꽃 찾던 벌과 나비도 숨은 지 오래.
숨을 곳 없는 나만 비에 젖는다.
참선
꽃향기가 안개에 휩싸인 새벽
우물가 개구리 한 마리 선정에 들었다.
꽃들도 숨을 죽인다.
향기
비 오자 자취를 감춰버린 달
비에 달빛마저 녹았나.
땅에서 달 향기가 난다.
출처 : 덕양선원
글쓴이 : 지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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