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스크랩] 지심행의 ‘내가 사랑한 1초’ / 詩를 품다. 2

희명화 2012. 7. 16. 22:43

  - 김 양수님의 그림시집 ‘고요를 본다’ 중에서 -  

 

 

배려

            

꽃잎을 밟았다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는다.

밟은 발 미안 할까봐...


발자국 뒤를 나비들이 따른다.

 

 

 

 

여름 풍경


콩밭 매던 할머니 그늘 찾아 허둥댄다

등에 촉촉이  젖은 옷, 굽은 등선 보여주고

목주름 깊숙이 파고드는 땀방울


나는 저 물 먹고 자랐다.

 

 

 

소나기


우르르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빗소리 요란하다

담장 아래서 졸던 얼룩 고양이,

연못가 목욕하던 참새,

꽃 찾던 벌과 나비도 숨은 지 오래.


숨을 곳 없는 나만 비에 젖는다.

 

 

 

 

참선


꽃향기가 안개에 휩싸인 새벽

우물가 개구리 한 마리 선정에 들었다.

꽃들도 숨을 죽인다.

 

 

 

 

 

향기


비 오자 자취를 감춰버린 달

비에 달빛마저 녹았나.


땅에서 달 향기가 난다.

 

 

 

 

                                  

                                               

 

 

 

 

 

출처 : 덕양선원
글쓴이 : 지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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