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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혜암스님 법문집

희명화 2011. 11. 11. 18:42

“종소리에 천득(薦得)하면 북소리에 거꾸러진다”
바다밑의 진흙소 달을 물고뛰네
[0호] 2011년 05월 18일 (수) 11:22:33 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견우회 엮음/ 비움과소통

공부하다 심심해지면 뭘 해야 하나. 파격적 선문답으로 수행의 ‘진보’를 어떻게 표현할까. 의문은 혜암현문스님의 법문이 명쾌하게 밝혀준다.

“공부를 지어갈 때 화두에 대한 생각이 무르녹을수록 심심해서 아무 재미도 없게 된다. 이럴 때가 바로 진보되어 정절(程節)에 들어가니…더욱 부지런히 의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덕숭총림 초대방장 혜암스님 법문집

“밝은 선지식 찾아 단련을 거듭하라”

 

스님의 법문에서 공부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공부를 시작하고 마치는데 있어서 고요함(精)과 조촐함(淨) 두 글자를 여의지 말 것. 고요함이 지극하면 문득 깨달을 것이요, 조촐함이 지극하면 홀연 통달할 것이니라.” 서울 팔정사 주석 당시 해제 법문은 “화두에 대한 생각이 다만 실을 늘어내린 것과 같아 결코 단절되어 버리지 않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온갖 티끌(塵勞)이 모두 쉬고 광명이 두루하게 될 것이다.”

만약 ‘깨쳤다’는 생각을 지어내면 어떻게 될까. 스님의 답은 분명하다. “순일(純一)하고 묘함이 곧 끊어질 것”이라 가르친다. 경지에 오르면 어떨까. “번뇌망상이 수시로 일어나더라도 빨리 돌이켜 의심으로 반조한다면 결코 번뇌망상에 지배받지 않게 될 것이다.” 큰 법기(法器)를 이룰 의향이 있다면 스님의 간결한 가르침이 첩경이다. “조금이라도 얻어 가졌다는 자족심을 내지 말라.”

   
 혜암현문스님.
덕숭산에서 30여년 후학을 지도한 혜암현문스님의 법문은 직설적이며 핵심을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 “의심으로 반조(返照)하면 결코 번뇌망상에 지배받지 않게 된다.” “정진하기를 이렇게 해 의단(疑團)이 부서져(粉碎) 버리면 정안(正眼)이 열릴 것이다.”

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을 ‘병아리 탄생’으로도 비유했다. “더운 기운이 지속돼 충만케 되면 마지막으로 어미닭이 부리로 알을 쪼아 버리매 그 속에서 ‘삐악 삐악’ 소리치고 나오듯” 법문은 늘 폐부를 찌르듯 명쾌하지만, 새 화두를 놓치지 않는다. 병아리의 ‘삐악 삐악’ 뒤에 스님이 새 화두를 달았다. “조금이라도 얻어가졌다는 자족심을 내지 말라.” 특히 “밝은 눈의 선지식을 찾아가 백번 천번 단련에 단련을 거듭하라”는 주문이 이 책을 관통한다.

수행 정진에 대한 철칙이 혜안을 한없이 넓혀 준다. 수덕사 종불사에 대한 법문 한 대목을 보자. “종성리천득(鐘聲裏薦得)이면 고성리전도(鼓聲裏顚倒)라.” 즉 ‘종소리에 천득(주체적으로 파악해 단박에 깨치는 것)하면은 북소리에 거꾸러 진다’는 법문을 통해 종소리에 대한 공안(公案) 화두를 던졌다.

불사의 절대성을 강조하면 역으로 깨침의 허상에 접한다는 스님의 법문은 “한 주먹으로 종을 때리니 그 소리가 만계에 두루하여/ 의심하건대 하늘과 땅이 여기 거꾸러질까 두렵다// 불조도 당당히 그 소리는 듣지 못하네”(一拳打鐘遍萬界 / 疑是乾坤倒着恐 /  鐵圍幽暗何處明/ 佛祖堂堂聲不聞)라는 게송을 남겼다.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법맥을 이은 덕숭총림 초대방장 혜암현문스님의 조사선은 언제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스님은 죽기를 각오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공들이는 데서 깨달음이 일어나고 언행일치(言行一致)의 깊은 공부가 가능함을 100년의 삶(1886~1985)을 통해 온몸으로 일깨우고 있다. 스님의 법문집을 상좌 묘봉스님이 감수하고 후학들의 재가수행 단체인 견우회에서 엮었다.

[불교신문 2720호/ 5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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