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록 공부]
17. 본원자리에서는 일체가 평등
경에서도 "마음을 알아 본원을 통달하였으므로 사문이라 한다."고 하였으니, 이 본원자리에서는 명칭도 평등하고 의미도 평등하며 일체법이 다 평등하고 순수하여 잡스러움이 없다. 만일 교문에서 시절따라 자유롭게 법계를 건립해 내면 모조리 법계이고, 진여를 세우면 모조리 진여이며, 이치를 세우면 일체법이 이치이며, 현상을 세우면 일체법이 현상이 된다. 하나를 들면 모두 따라와 이사(理事)가 다름없이 그대로 오묘한 작용이며, 더 이상 다른 이치가 없다. 이 모두가 마음의 움직임이다.
18. 오묘한 작용 그대로가 자기이다.
비유하면 달그림자에는 차이가 있으나 달 자체는 차이가 없고, 여러 갈래 물줄기는 차이가 있으나 그 물의 본성은 차이가 없는 것과 같다. 또한 삼라만상은 차이가 있으나 허공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도리를 설명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으나 걸림 없는 지혜는 차이가 없듯이 갖가지로 세운 법이 모두 한마음에서 나온 것이니 세워도 되고 싹 쓸어 버려도 된다. 모조리 오묘한 작용이며 그대로가 자기이니, 진(眞)을 떠나서 세울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운 그 자리가 바로 진이며, 다 자기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냐.
19. 일체법이 바로 해탈이다.
일체법이 불법이고 모든 법이 바로 해탈이다. 해탈이 바로 진여이나, 모든 법은 진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상 생활이 모두 불가사의한 작용으로서 시절인연을 기다리지 않는다. 경에서도 "곳곳마다 부처님 계신 곳"이라 하였다. 부처님은 매우 자비로우며 지혜가 있어서 선한 본성으로 일체 중생의 얽힌 의심을 부수어 유무 등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한다. 범부다 성인이다 하는 망정이 다 하고 인집(人執), 법집{法執)이 함께 공하여 비할 바 없는 법륜을 굴리고 모든 테두리를 벗어났다.
20. 머문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일마다 걸림이 없고, 현상과 이치 양쪽 다 통하니 마치 하늘에 구름이 일어났다가 어느덧 없어지듯 머문 자취를 남기지 않으며, 물에다 그림을 그리듯하여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니 이것이 대적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