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록 공부]
9. 범부는 미혹에서 깨닫는다.
그러므로 성문은 깨달았다 미혹해지고, 범부는 미혹에서 깨닫는다.
성문은 성인의 마음에는 본래 수행지위. 인과. 계급 등 헤아리는 망상이 없음을 모른다.
그리하여 인(因)을 닦아 과(果)를 얻고, 8만겁 2만겁 동안을 공정(空定)에 안주하니,
비록 깨닫기는 했으나 깨닫고 나서는 다시 미혹한 것이다. 또한 모든 보살은 저 지옥고통을 보면
공적함에 빠져 불성을 보지 못한다.
(사족 : 여기서 말하는성문은 불교 경전이나 법문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면서 내는 그 알음알이가
관념이 되어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면서 분별하고 시비에 빠져서 본성을 보지 못하므로
"깨달았다 미혹해진다"고 하신 것이다. 반면, 범부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모르므로
하나의 수행이나 법문을 듣고 그냥 조건없이 받아 들여 믿는 마음이 지극함으로써
일거에 깨달아버린다는 말씀이다.)
10. 상근기는 단박에 본성을 깨닫는다.
상근기의 중생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 말끝에 깨닫고 다시는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서 본성을 단박에 깨닫는다. 그러므로 경에서 "범부에게서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마음이
있지만 성문에게는 그것이 없다"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미혹에 상대하여 깨달음을 설명하였지만
본래 미혹이 없으므로 깨달음도 성립되지 않는다.
11. 모든 행위가 모조리 법성이다.
일체 중생은 무량겁 이래로 법성삼매를 벗어나지 않고 영원히 그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옷 입고 밥 먹고 말하고 대꾸하는 6근의 작용과 모든 행위가 모조리 법성이다.
그러나 근원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서 명상(名相)을 쫓으므로 미혹한 생각이 허망하게 일어나
갖가지 업을 지으니, 가령 한생각 돌이켜 본다면 그대로가 성인의 마음이다.
(시비와 간택만 하지 않는다면 중생이 바로 부처이며. 있는 그대로가 법상인 것이다.)
12. 설명하지 못해도 그대의 마음이다.
여러분은 각자 자기의 마음을 깨치면 될 뿐 내 말을 기억하지 말라.
설사 항하사(갠지스강의 모래알) 만큼 도리를 잘 설명한다 해도 그 마음은 늘지 않으며,
설명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은 줄지 않는다. 또한 설명을 해도 그대들의 마음이며,
설명하지 못해도 그대들의 마음이다.
(사족 : 오직 스스로 한마음을 돌이켜서 본심에 계합하면, 지금 이 마음 그대로가 성인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