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편지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웠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은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시.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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