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집 마당에 있던 작은 꽃밭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버지께서는 딸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본인께서 성품이 온화해서인지 꽃밭은 항상 만들어 주셨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집은 여러 차례 이사를 했었다. 이사한 집에는 언제나 마루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앞마당을 그럴싸하게 꾸며 놓으시곤 했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시장에 가서 다양한 꽃씨를 사 오셨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씨를 뿌리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집에는 남들처럼 마당에 고추나 오이 그리고 호박 같은 채소들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알록달록 어여쁜 꽃들과 유주 덩굴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광경은 볼 수 있었다. 유주는 파란색 열매였다가 점점 익으면서 주황색으로 변하면서 결국에는 입을 쫙 벌리면서 빨간 열매가 속 안에 꽉 차게 된다. 그럴 때면 우리 형제들은 너도 나도 유주를 따서 속알맹이를 빨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빨간 알맹이는 미끌거리면서 달짝지근한 그 맛은 그 당시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즐거움이었다. 먹고 남은 씨앗은 깨끗하게 씻어서 내년에 또 심을 거라며 어머니는 모아 두셨다.
꽃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분꽃향기 였다.
분꽃은 가까이 다가가서 향기를 맡아보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로움이 스며 나온다. 그 향기로움과 함께 나의 사춘기 시절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금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분꽃의 꽃말이 <겁장이> <소심> <수줍음> 이란다. 어쩌면 나의 성격과 닮은듯도 싶은데...
그리고 얄밉게도 아침저녁에는 입을 한껏 오므리고 있다가 대낮이 되면 활짝 피어나곤 한다. 내 기억으로는 꽃 색깔도 분홍도 노랑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시절이 그리워서... 이 나이에 분꽃을 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