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시

산산산 / 신석정

희명화 2025. 1. 18. 06:36

산산산    /   신석정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 없는 짐승과

에레나 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보나 하고

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파 도    /   신석정

 

갈대에 숨어드는

소슬한 바람

9월도 깊었다

 

철그른

뻐국이 목멘 소리

애가 잦아 타는 노을

안쓰럽도록

 

어진 것과

어질지 않은 것을 남겨 놓고

이대로 차마

눈 감을 수 없거늘

실을 닮아

입을 다물어도

자꾸만 가슴이 뜨거워 오는 날은

소나무 성근 숲 너머

파도소리가

유달리 달려드는 속을

부르르 떨리는 손은

주먹으로 달래놓고

 

파도 밖에 트여 올 한 줄기 빛을 본다.